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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형 살고 5년 더”…염라대왕도 놀랄 美판결, 이유는?

여성 죄수 호송하며 성범죄 저지른 남성에 ‘종신형’과 ‘징역5년’ 별도 판결

종신형, 말 그대로 감옥에서 평생 지내다 삶을 마감하라는 형벌이다. 징역 5년, 다섯해 수감생활을 한 뒤 감옥을 나가라는 형벌이다. 둘은 양립할 수 없다. 그런데 한 죄수에게 종신형과 징역 5년형이 동시에 선고됐다.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이 죄수는 징역 5년 만기를 채운뒤 사회로 복귀하는 대신 종신형 형기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 순서를 바꾼다면 죽을 때까지 감방생활을 한 뒤 혼백은 구천을 떠돌기는커녕 감방에 다섯해를 더 머물러야 한다. 어떤 순서로 수형하더라도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초현실적이거나 둘 중 하나다.

저물녘 미국의 한 교도소의 풍경.
/미 연방 교도소 관리국(BOP) 홈페이지
저물녘 미국의 한 교도소의 풍경. /미 연방 교도소 관리국(BOP) 홈페이지

저승 이후 인간의 삶을 엄격히 심판하는 판관 염라대왕이 놀라 자빠질 판결을 내린 곳은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에 있는 연방지법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성범죄로 기소된 53세 남성 K에게 ‘종신형에 추가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현실적으로는 종신형으로 합산되는 것이지만, 굳이 별도로 선고한 것이다.

미국 사법부에서는 종종 징역 200년 등 충격적인 형량의 판결이 나곤 한다. 양형할 때 각각의 형량을 단순 합산하기도 하거니와, 천인공노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일부러 강력하게 선고하는 측면도 있다. K는 사설 호송관이었다. 각 지방에 있는 구치소·교도소와 계약을 맺고 수사나 재판을 받는 여성 피고인이나 죄수들을 자신의 차량으로 호송했다. 그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여성 죄수들을 상대로 몹쓸 짓을 저지른 행각이 드러났다.

그는 2014년과 2017년 자신이 호송하던 각각 다른 여성에게 몹쓸짓을 한 혐의, 총기를 불법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 말고도 그는 동일한 추가범행 사실이 배심원들이 참여한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판사는 피해 여성 총 6명의 증언을 들었다. K는 여성 한 명만을 태우고 차를 달렸다. 때로는 수백·수천 ㎞에 이를만큼 장거리 운전일때도 있었다. 호송되는 여성들은 모두 손에는 수갑이나 쇠고랑을 차고 있었다. 남성과의 기본적인 완력 차이에다가 묶여있으니 절대 약자 중의 절대 약자였다. 멀리 떨어진 적막한 곳으로 차를 몰고 가서 K는 여성들을 위협하며 몹쓸 짓을 했다.

한 여성 재소자가 수갑이 채워져 호송되는 장면을 담은 FBI 자료사진. 본 사건과는 무관하다
/FBI 홈페이지
한 여성 재소자가 수갑이 채워져 호송되는 장면을 담은 FBI 자료사진. 본 사건과는 무관하다 /FBI 홈페이지

검찰 수사 결과와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K는 2017년 한 여성을 앨라바마주에서 애리조나주로 호송하다가 용변을 보게해준다며 아칸소주 리틀록 부근의 사막 지대에서 세운 뒤 수갑을 찬 여성을 상대로 몹쓸 짓을 했다. ‘너는 호송되고 있는 죄수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악랄하게 협박했다고 한다. 다른 여성도 2014년 K의 범행을 증언했다. 역시 아칸소주를 지나다가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외진 곳으로 가서 범행했다. 2013년 플로리다에서 텍사스로 이동하던 중 범행했다는 증언, 2012년 네바다에서 캘리포니아로 가다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언, 2013년 캘리포니아에서 몬태나로 가다가 눈보라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차를 세우고 몹쓸 짓을 했다 등의 폭로가 잇따랐다. 장소와 시기는 달라도 범행수법은 빼닮았다.

피해 여성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그들은 법정에서 자신들이 당한 일을 증언하다가 피해자가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법 단죄가 이뤄지게 된 것은 2017년 애리조나의 교도소에 수감돼있던 여성 재소자 2명이 피해 사실을 보고하면서부터다. 이후 수년간 조사를 통해 16건의 부적절한 행동이 확인됐다. 이들은 각자 범죄 케이스에서는 가해자일지언정, 국가 권력을 위임받은 자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명백한 피해자였다. 이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공권력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과 분노도 드러냈다. 한 피해 여성은 “K는 자신의 막강한 힘을 과시했고, 나는 스트레스와 슬픔, 자존감의 상실 등을 견뎌야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K에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 등으로 2만275달러(약 2380만원)를 내놓으라는 선고도 함께 내렸다.

연방 검찰과 연방수사국은 용기를 내 K의 범행을 진술한 피해자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미 법무부 인권국의 크리스텐 클라크 차관보는 “이런 종류 범죄의 경우 감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피해자가 겪은 것이 증거가 된다”며 “용기를 내준 모든 피해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FBI 피닉스 수사본부의 션 콜 수석요원은 “이번 판결(종신형+징역5년)은 권력의 남용과 인권유린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준다”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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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atlant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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