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은 즐기는 것...기술 연습 시키는 교육서 벗어나야
인터뷰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취재 : 황혜진 기자 사진(제공) : 이종수
예술교육 현장에 40년 넘게 몸담아온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을 만났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 또 아이들을 행복하고 창의적인 예술 애호가로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주성혜는 자타공인 예술교육 전문가다.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대학원에서 음악학 학사·석사·박사,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악인류학 박사를 수료하며 꽤 오랫동안 학생의 입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몸소 경험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된 지도 2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친구들과 제자들 대부분이 예술가가 되기를 꿈꿨고, 예술가가 되거나 되지 않았으며, 그들 곁에 함께하는 부모 또한 숱하게 만나왔다.
그렇게 예술교육 현장에 40년 넘게 몸을 담아온 그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을 맡아 국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꾸려온 지 3년이 되어간다. 예술교육과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주성혜 원장이라면 문화와 예술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정답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예술가가 되길 원하는 아이를 위한 교육은?
예술가를 키우고자 하는 전문 예술교육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기술에 치중돼 있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예술고등학교 커리큘럼이 4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술교육이 창의교육이나 체험교육 방식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히려 일반 학교에서 많이 나오고 있죠. 훌륭한 예술가는 우리를 감동시킵니다. 어떤 음악가는 그저 느린 곡을 기교 없이 천천히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르게 하죠. 그 감동은 서커스를 보면서 나오는 감탄과는 다른 것입니다. 기술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에요.
자녀에게 그러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요?
그 부분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으로서가 아니라 학생으로, 교육자로 40년 동안 예술학교를 경험해온 저의 사견을 말씀드릴게요. 자녀에게 예술가로서의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린 나이에 판단하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흔히 영재를 찾아내서 가르쳐야 한다고 하는데 영재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김연아 선수가 맨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을 때 한 달 먼저 시작한 친구, 반 년 먼저 시작한 친구보다 잘했을까요? 어릴 때는 먼저 시작한 아이가 잘하는 아이로 보입니다. 경쟁의 기준이 기술 습득의 수준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들은 기술을 도구로 삼아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철학이 묻어나는 예술을 하지요. 예술은 스스로 많은 것들을 겪어보고 생각해본 사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그저 직업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뛰어나고 훌륭한 예술가가 되어 울림을 줄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 하는데, 영재 여부를 가리는 연령대는 그런 경연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 거죠. ☞ 반년만에 6억번 주식초보 최대리???
그렇다면 자녀가 어린 나이에 기술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 같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재 판별 검사를 받으러 가는 분들도 계신데, 만약 아이가 그 검사에서 탈락한다면 부모가 나서서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차단한 결과가 되는 겁니다. 반대로 ‘나는 영재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해요. 한편으로는 자부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음악계에서는 영재라고 불리다 조로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영재를 많이 발굴해 국가적으로 나서서 홍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자라 30대가 된 후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니 예술계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지나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는 친구와 관계하는 경험, 독서를 바탕으로 하는 간접경험 같은 것들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지식과 기술 중심으로 키워지는 아이들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골방에 몇 시간씩 들어가서 때마다 들어오는 밥만 먹으면서 성장하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 분야의 기술자가 되거나 도태하는 자가 될 수 있어요. 부모도 모르는 세상이 얼마나 많나요. 아이를 놓아두면 그 아이는 부모가 알지 못하는 세계까지 훨씬 더 다양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른의 지나친 관심이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연주자나 발레리나가 된다고 해서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