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코인)가 급락하면서 파산·부도가 늘어나고 있는 코인업계에서, 한 코인 관련업체 최고경영자(CEO)가 파산 직전 주식을 매각해 수백억원 대의 차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NBC는 3일(현지 시각) 코인 중개·대부업체인 보이저 디지털(이하 보이저)의 스티븐 얼릭 CEO가 파산보호 신청 전인 지난해 2~3월 보유 주식 190만주를 대량 매각해 3100만달러(406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고 캐나다 증권청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 상장된 보이저 주가는 비트코인·이더리움의 가격 급등 속에서 지난 2020년 7센트에서 지난해 3월 26달러까지 폭등했다..
얼릭 CEO가 마지막으로 주식을 매각한 지난해 4월 5일 이후 보이저 주가는 29.86 달러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3주 만에 41% 하락했고 지난해 11월에는 69% 급락했다. 그리고 약 1년여 후인 지난 7월 보이저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당시 보이저는 법원에 낸 문건을 통해 고객들의 인출 요구가 쇄도하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코인 헤지펀드 스리애로즈캐피털(3AC)에 6억5000만달러를 빌려줬으나, 이 헤지펀드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거액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는게 보이저의 주장이었다.
보이저는 350만명의 고객들이 맡긴 13억달러(1조7000억원) 상당의 암호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해 초 이후엔 시가총액의 98%가 증발했다. 얼릭 CEO는 당시 “이 산업의 미래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지만, 코인 시장의 변동성 지속과 스리애로즈의 채무 불이행으로 파산보호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CNBC는 복잡하고 불투명한 기업 구조로 얼릭 CEO가 얼마나 많은 돈을 챙겼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보이저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가까워지면서 지분을 처분해 30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