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진
| 조선일보 애틀랜타 주필 |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조사 상 지지도(支持度)가 말이 아니다.
여론조사 알앤서치 사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유권자 1028명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45.3%로, 부정(否定) 평가는 53%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5월10일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이었는데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다는 것은 역대 어느 대통령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비참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나토 정상(頂上)회담 참석을 마치고 지난 1일 귀국한 직후인 만큼 ‘정상 외교 효과’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세대별로 보면 부정 평가는 60 대 이상을 제외(긍정 55.8%, 부정 37.2%)하고는 전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40대의 부정평가가 각각 60%를 넘었다.
부정평가의 이유를 살펴보면 1위가 인사(人事) 관계(18%), 2위가 경제. 민생 문제(10%)인데다가 3위는 ‘독단적/일방적’성품(7%)으로 나타났다.
1위의 인사관계는 윤 대통령이 비서실이나 각료, 기타 정부 요직에 대부분 검찰 출신의 윤 대통령 지기(知己)들만 등용했다는 비난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난 6 월8일 “과거(정권에서는) 민변(民辯: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자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지난 5일 기자들이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는 윤 대통령에게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형식으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박순애 교육부총리,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부실인사,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있다. 인사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자 윤 대통령은 “그럼 전(前)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의 반론은 신랄(辛辣)했다. “‘너희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라는 말은 ‘우리도 그렇게 하는데 너희들이 왜 나무라는가?’라는 것인데 그야말로‘내로남불’의 전형(典型)이 아닌가?”라는 반격이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윤 대통령에 대한 반론이 나왔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냐’라는 대답은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것 아니냐’는 국민 물음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위의 경제.민생관계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명제(命題)이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엄청난 경제난에 직면하고 있다. 물가고와 인플레이션, 그에 따라 곧 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극심한 경기 침체(recession) 위협 때문에 세계의 모든 정부들이 큰 곤욕과 국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대통령인들 이 난문제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문재인 전 정권과는 달리 유물사상적인 사회주의 편견에 얽매이는 일 없이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국민의 최대 창의력 발휘 방책을 짜 낸다면 머지않아 밝은 소식이 들려 올 것으로 확신하는 바이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제 3위인 독단적/일방적 성품에 가장 큰 난제(難題)가 숨어 있어 보인다.
그는 원래 정치인이 아니었다. 법조계(法曹界)의 거물이었고, 60 평생을 법치와 검찰 총수의 길을 걸어 왔다. 따라서 정치의 세계와는 동떨어진 사람이었다.
대한민국이 그에게 큰 빚을 진 것은 그가 혼돈(混沌)상태에 빠져 있던 국민의힘에 뛰어들어 대통령 후보로 나섬으로써 불순한 좌경세력들의 장기 집권을 단절(斷切)하고 이 나라를 또다시 굳건한 자유민주주의로 되돌려 놓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씨의 결단이 없었더라면 문 정권이 이번에도 승리했을 것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그들은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성사(成事)시켜 미군 철수의 흉계(凶計)까지 저지를 뻔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그의 말 대로 “대통령을 처음 해 보아서…”정치 세계에는 너무나 무경험, 무식했었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기자들이 지지율 하락에 대해 질문하자 “지지율은 별로 의미 없다. 국민만 생각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서도 “미숙(未熟)하다”는 핀잔이 쏟아졌다. 정치인이 지지율 하락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니 임금이나 절대적 독재자나 할 말이라는 것이다. 이럴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도 “무겁게 받아들인다. 더욱 노력하겠다”고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실지로 정치인에게는 국민의 지지가 그의 생명선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독재국가라 할지라도 지도자가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하면 국민의 지탄(指彈)을 받게 마련이다.
윤 대통령은 걸음걸이부터 바꾸어야 한다.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시절 그가TV에 나타날 때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으스대는 식으로 걷는가?”고 매우 못마땅하게 보았음을 고백한다.
지금은 그의 걷는 폼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 아마 측근에서 충고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보다도 더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겸손(謙遜)함이 질질 흐르도록까지 걷는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왜 정치인은 겸손해야 하는가?
권위적이고 오만(傲慢)함은 바로 독재자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바로 국민이 주인이고 정치인은 국민의 영원한 머슴일 뿐이라는 것을 철저히 깨달아야 한다.
그에게는 지금 천금만금 보다도 무거운 임무가 두 어깨에 걸려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먼저 그 동안 나라 안에 도사려 있던 적색 불순 세력들을 모두 소탕하고 인류와 더불어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순수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고히 뿌리박아야 한다.
둘째로 그는 지금까지 문 정권이 완전히 망가뜨려 놓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활력을 되살리고, 그릇된 길을 가고 있는 대북, 대중, 대일, 대미 관계를 초 단시일 내에 모두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북한이나 중국에 끽 소리 못하고 끌려 다니는 굴종(屈從)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야 한다.
이 일들을 온전하게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온 국민의 절대적인 협력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일은 결코 오만과 유아독선(唯我獨善)식 고압자세로는 이룰 수 없다. 훌륭한 정치인들은 모두 국민들의 자발적인 신임(信任)과 열정적인 애호(愛護)를 확보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훌륭한 정치인의 속성(屬性)을 윤 대통령은 하루 빨리 터득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