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 주택 임대료까지 폭등
미국의 기름값과 식료품값이 연일 오르면서 주택 임대료가 덩달아 올라 취약계층이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4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인구조사국 조사에서 지난달 초 기준 1370만명의 미국인들이 임대료 및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체납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460만명은 앞으로 두달 안에 퇴거당하거나 압류로 집을 잃을 가능성이 “다소” 또는 “매우 높다”고 답했다. 4월 초에 비해 32% 증가한 수치다.
주택 임대료는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5월 평균 임대료는 2002달러로 1년 전의 1738달러보다 15% 상승했다.
WP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임대료가 폭등하는 만큼 노숙인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위 임대료가 100달러 오를 때마다 노숙인 비율은 9% 증가한다는 2020년 기준 보고서도 있다.
조산느 잉글리쉬는 지난 4월 새크라멘토 인근에서 프로젝트 매니저 일자리를 잃었고 휘발유, 식료품 등 가격 상승으로 매달 예산이 바닥났다. 이에 임대료가 밀리며 두달 후 집을 잃었다. 그는 “지난해 거의 10만달러를 벌었는데 이런 일이 일아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15개 주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올해 들어 보호소를 찾는 미혼모들의 수가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몇 달 만에 대기자 명단이 2~3배 늘어난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종종 직업을 잃거나 건강 문제로 힘든 시기를 겪는 노숙인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감당할 수 없는 집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존스홉킨스대학 조교수 메러디스 그라이프는 “우리는 생활비가 기름값, 음식값, 임대료를 통해 너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매우 불안정한 순간에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살 곳을 마련할 수 없다”라고 우려했다.
민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