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넷과기고 수안 양 중심된 서비스 제공 단체 '훈훈'한 도움
한국어,독일어,중국어 등 12개 언어 구사 학생들 자원 봉사
귀넷과학기술고등학교(GSMST) 12학년 진학을 앞둔 한인 여학생 수안 리 양은 지금도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이민 초기, 초등학교 때의 생활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수안 리 양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온 가족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수잔 양의 가족은 조지아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은 귀넷카운티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수안 양은 다행히 영어에 점차적으로 익숙해졌으나 수안 양의 어머니는 사람들이 영어로 말을 걸어올 때 여전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어머니가 영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수안 양의 마음 속에는 이미 ‘수네 통역(SUNE Translate)’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수네 통역’은 수안 양과 수안 양의 귀넷과기고 절친인 체코 출신 이민 가정의 넬라 빈트릴코바 양이 주도하여 결성한 비영리 통역 서비스 단체이다. 수네 통역에서는 영어와 기타 외국어에 능통한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이민자들에게 통번역, 서류 해석 등 절실한 도움들을 제공하고 있다. 수안 양과 마찬가지로 넬라 양도 초등학교때 온 가족이 체코에서 미국으로 이민왔다. ESL 교실에 배치되기는 했지만 넬라 양도 처음에는 영어를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에 능통한 수안 양은 “귀넷카운티에서는 영어와 모국어를 동시에 잘 읽고 말하고 듣고 이해하는 이민 가정의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이 귀중한 재능을 지역 사회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며 ‘수네 통역’의 탄생 취지를 설명했다. 넬라 양은 영어와 체코 어 이외에 독일어도 잘 구사할 줄 안다.
수네 통역에는 현재 한국어, 독일어, 체코어, 베트남어, 중국어 등 전세계 12개 언어에 대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45명의 자원봉사자 학생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 학생들은 세금 서류, 보험 서류, 운전면허 및 출생증명서까지 다양한 통번역 서비스를 이민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넬라 양은 “정식 통번역 서비스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넉넉하지 못한 재정 형편의 많은 이민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수네 통역의 활약상이 알려지면서 영리 단체들이나 지역 사업장들도 이 학생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고 도움을 문의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초 귀넷플레이스몰 재개발 계획에 대한 지역 커뮤니티 청문회에서 수네 통역은 한국어, 베트남어, 중국어 통역 학생들을 파견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0여명의 지역 주민들과 상공업주들이 참여한 이 행사는 수네 통역 학생들이 아니었다면 성공리에 끝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안 양은 “딸이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며 속상해 하시던 한인 아버님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학교 측에 편지를 쓰고 싶어하셨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시던 그 분을 대신해 영어로 편지를 썼다.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을 해드렸을 뿐인데 정말 너무나 기뻐하시고 고마워하시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사람들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네 통역 홈페이지=Sunetranslate.com
'수네 통역'의 수안 리 양(가운데)과 자원봉사자 학생들. <사진 수안 리 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