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진
| 조선일보 애틀랜타 주필 |
본 칼럼은 지난주에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구호였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를 다시 되씹어 보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의 너무나 많은 정치인 들이 경제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보’임으로 해서 나라를 망치고 자기들도 망친 사태를 콕 집어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세계는 비단 경제에 대한 백치(白痴)일 뿐 아니라, 도대체 하나의 인간으로써 도저히 정상인이라고 볼 수 없는 타고 난 ‘바보’들이 뻐젓하게 정치 무대의 꼭대기에 서서 나라를 망치고, 세계를 망치고, 스스로도 망하고 마는 사례로 가득 차 있어 보인다.
지금 세계에서는 극히 드문 몇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나라의 지도자 들을 국민들의 투표로서 선택한다. 그렇다면 이런 바보 지도자가 생기는 것은 그 것을 미리 식별(識別)해 내지 못하고 다수표로 뽑은 국민들 자체가 바보라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
우선 지금 우리 눈에 가장 가깝게 비치고 있는 것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세계에서는 이제는 무력 충돌이나 전쟁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三尺童子)라도 알고 있는 진리이다.
이따금 씩 아프가니스탄이나 북한 등이 불장난을 쳐 보려고 하지만 이들 조차도 몇 대의 전차, 비행기나 심지어 몇 방의 핵무기로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뜻을 이루기는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속으로는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1차 세계 대전, 2차 세계 대전을 치른 인류는 유엔 헌장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서로 협력해서 상부상조(相扶相助)해 나가지 않고서는 지구 전체가 멸망하고 만다는 냉엄한 현실을 서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터이다.
하물며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의 땅을 가진 나라이다. ( 17억 982 헥타르) 다음으로 캐나다, 미국, 중국, 브라질 순위이다.
비록 GDP(국민총생산)는 현재 한국과 비슷하지만 석유를 비롯한 지하자원은 무진장에 가깝다. 그런데 무엇이 모자란다고, 또는 우크라이나의 무슨 짓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침공하여 4개월째나 피비린 내 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무고한 시민, 여자와 아이들 까지 마구 학살하고, 스스로도 막대한 전사자를 내고 있다.
물론 푸틴인들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막강한 러시아 전차대가 국경선을 넘기만 하면 우크라이나는 하루나 이틀 후에 백기(白旗)를 들고 전면 항복하리라는 것이 푸틴의 당초 계산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푸틴의 오판(誤判)을 이해하고, 심지어 용서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직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아무도 예단(豫斷)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류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푸틴에게는 엄한 천벌(天罰)이 반드시 내려지는 것이 옳다는 믿음을 온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국헌문란의 중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비가 한창이다.
첫째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의 대통령 선거가 완전히 부정 선거였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었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한 의회 인준을 방해하는 행동이나 언동(言動)을 한 것이니까 유죄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쉽게 해결이 났다. 즉 선거가 부정했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해서 따질 수 있다.
그러나 의회가 법률에 정한 바에 따라 투표 결과 인준 절차를 밟는 것을 1.6 의회난동사태를 배후에서 지시 또는 선동해 폭력으로 저지하고자 한 행동은 완전한 국헌 파괴행위임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동이 위법행위로 단죄할만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어, 최종적으로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의 결정에 달린 상태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도 트럼프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푹 빠져 있는 미국인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한 예로 그는 이번 부정선거 다툼을 구실로 이미 2억5천만불의 헌금을 지지자들로부터 받아냈는데 마이애미 헤럴드의 피츠(Pitts) 논설위원에 의하면 이 돈이 어디 갔는지 트럼프 사무실에서 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깨놓고 얘기하자면 트럼프 자신은 언제까지나 이런 엉터리 정치가 통용되리라고 믿었던 큰 바보인데다가 지금도 그를 따르는 수많은 트럼프 추종(追從) 바보들을 양산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도 이제 겨우 큰 바보 잔치가 끝나고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복귀한 상태이다.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原電)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남 창원의 원자력 산업 현장을 방문했는데 관계자들은 “신한울3.4호기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를 만드는 데 들어간 돈 4900억원이 날아갈 뻔했다”고 말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에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우선 원전 폐쇄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리고 말았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원전 폭파 관련 영화를 보고 이런 결정을 갑자기 내렸다고 했는데 이것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는 다음 해 2018년에는 평양을 방문, 스스로를 ‘남쪽 대통령’이라고 비하(卑下)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위협으로 생각하는 남한의 원전 능력을 완전히 뿌리 째 뽑아 북한의 환심(歡心)을 사려 한 것이다. 물론 장거리 발사체의 연구도 일체 억눌렀기 때문에 우주 탐험을 위한 누리호도 5년이 지나서야 겨우 늦장 성공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는 퇴임 직전 북한과의 종전선언 공작에 몰두했다. 마침 이 때 2020년9월22일 북한군이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를 살해, 소각(燒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자신의 종전선언 관련 유엔총회 녹화연설 관계에 정신이 쏠려 적당히 북한을 무마(撫摩)해서 넘겨버린 흔적이 매우 짙다.
나라를 바보에게 맡기는 일은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