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 혈액 분석 결과
극심한 슬픔이 스트레스 유발
질병 일으키는 염증수치 올라
배우자를 잃은 후 느끼는 상실감이 몸 안 염증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라이스대 연구진은 최근 이런 내용의 연구를 심리과학저널 6월 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 1년 동안 배우자를 잃은 35~84세 성인 111명을 대상으로 얼마나 상실감을 느끼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그러고 난 다음 시끄러운 소음과 반복적인 행동 등 스트레스 자극을 받는 상황을 주고 45분 후와 2시간 후 혈액을 채취해 혈중 염증 물질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배우자를 잃은 뒤 깊은 슬픔과 무감각, 집중력 상실 등‘극심한 슬픔’을 토로한 조사 대상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중 염증 물질(인터류킨-6) 양이 1시간 만에 45% 증가했다.‘ 심하지 않은 슬픔’을 겪었다고 보고한 대상자들은 같은 상황에서 염증 물질이 26% 증가했다. 인터류킨-6는 코로나를 비롯한 각종 질환 염증 유발 과정에 관여하는 물질로 과다 분비되면 고열이나 장기 부전,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배우자를 잃은 슬픔이 급성 스트레스를 넘어 염증 반응을 촉진, 심장 질환과 조기 사망 등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라이스대 연구진은 2018년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의료계에서는 배우자가 사망한 뒤 오래지 않아 남은 사람도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이른바‘미망인 효과(widowhood effect)’에 대해서 꾸준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 의대 토머스 홈스 박사의 스트레스 측정지수를 보면 배우자 사망이 100으로 가장 높다. 가족₩친지 사망은 63, 친한 친구 죽음은 36이다.
라이스대 연구진은“매일 수많은 스트레스에 직면하는 이상,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은 이런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얘기”라면서“이들이 슬픔을 극복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병원 검진을 받는 등 신경을 더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