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진
| 조선일보 애틀랜타 주필 |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한 데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부분(紛紛)하다.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민주당이 지난 3.9 대통령선거에 지고서도 전혀 반성이나 내부 개혁 없이 구태의연(舊態依然)한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사실은 피상적(皮相的)판단이라는 평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막을 올리려는 여명(黎明)의 새 빛이 비치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으로 투표율을 들 수 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0.8%에 불과했다. 역대 각종 선거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한다. 그런데 더 주의를 끄는 것은 광주 투표율이 겨우 37.7%로 역대 최하위 정도가 아니라 거의 ‘지역적 집단 기권’현상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참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를 보고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까지 개탄했다.
다시 말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민주당의 참패는 상대방인 국민의힘이 이룩한 현상이라기보다는 민주당 지지층 스스로가 거의 대다수 기권하거나 당을 떠나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도 호남 지역에서는 그래도 민주당 후보가 모두 승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것은 호남에는 워낙 국민의힘 지지자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광주에서 나타난 이 같은 민주당 표 기권현상을 전국을 통해 유추(類推)해 본다면 이번에 민주당이 대패한 이유는 일목요연(一目瞭然)한 것이 아니겠는가?
즉 그 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온 세력 중 가장 핵심에 속하는 30 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주당을 떠나버렸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장 출구(出口)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민주당 지지자 중 40~50대가 61.4%, 51.7%로 가장 뛰어나게 많았다.
그러지 않아도 민주당은 이른바 586 세대가 지배해 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586세대란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학번으로 대학을 다녔고, 현재 50세 대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이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적화사상을 버릴 수 없는 ‘골수’좌경세력이다.
이들이 현재 민주당과 전 문재인 정권의 핵심 세력이었음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민주당내에서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여:26세)이 지난 대통령선거에 앞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당시 후보는 “국민께서 내로남불이란 이름으로 민주당을 질책하셨다”고 엉뚱한 사죄를 하고 “완전히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날 송영길 당시 당 대표도 “586세대가 기득권이 됐다는 비판이 있다”며 “저부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들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더냐”는 식으로 이번 6.1 선거에 낮 두껍게 재출마하여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금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간 것이 20~30대 남성들이었다. 출구조사를 살펴보면 전국에서 20대의 32.9%가 민주당에 투표했고, 나머지 65.1%가 국민의 힘에 투표했다. 그리고 30대의 39.6%가 민주당에 투표했고, 나머지 중 58.2%가 국민의힘에 투표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대한민국 20~30대 청년들의 절대 다수가 국민의힘에 장래의 희망을 걸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아무래도 20~30대 남성이 대거 민주당을 이탈하고 국민의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송영길 같은 당내 586세대의 망동(妄動)이 역겨워 못 견딘 점도 있었을 것이다. 또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 패배하자마자 원내 다수를 내세워 ‘검수완박(檢搜完剝:검찰수사권완전박탈)’이라는 검찰 죽이기를 감행하는 것을 보고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검수완박’이야 말로 젊은이들의 눈에는 장래에 그들에게 들이닥칠 미래의 대한민국을 적나라(赤裸裸)하게 실감케 했던 것 같다.
문 정권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나 이재명 후보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 조치 정도로 가장(假裝) 또는 호도(糊塗)했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이 검수완박 조치가 무슨 뜻을 가진 괴물(怪物)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검수완박으로 사법부(司法府)의 독립이 완전히 파괴된다. 다시 말하면 검수완박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뿌리를 뽑는 일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검찰은 행정부에 속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검찰은 엄연히 사법부의 기둥이다.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행위가 행정부에 속하고, 행정부 마음대로 수사를 하고 말고가 결정된다면, 바로 그 순간부터 사법부는 완전히 독립성을 잃고 만다. 사법부가 행정부 휘하에 들어가면 그 것이 바로 독재국가이다.
그런데 21세기에서는 ‘독재국가 이퀄(equal) 멸망’을 뜻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대한민국의 이웃인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1인 종신(終身) 독재를 하던 중국은 경제적으로 보잘 것이 없었으나 덩샤오핑(鄧小平)이 1인 종신 독재제를 금지하는 헌장을 결의하고 스스로도 이를 이행하자 세계가 놀라는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진핑(習近平)이 또다시 덩샤오핑의 금지령을 없애고 종신 독재 체제를 지향하자 갑자기 중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또 소련 붕괴 후 푸틴이 대통령이 되자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하며 나토 가입까지 들먹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그가 1인 독재를 굳혀가자 자기 주변의 부패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함부로 우크라이나에 무력 침공을 감행하여 양민들의 피를 흘리게 하고 진퇴양난의 파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만약 한국이 문 정권이 막바지에 강행한 검수완박을 그 대로 유지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독재국가로 이행(移行)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결국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GDP(국민 총생산)가 현재 러시아보다 많은 대한민국이 독재국가가 되어 필연적으로 경제 파탄을 일으킨다면 지금의 20~30대 청년들은 어떤 신세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젊은이들의 미래를 향한 촉각은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