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러시아의 대표적 반(反)체제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0)가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돕기 위해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놨다.
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경매는 헤리티지 옥션에서 2일 시작돼 20일까지 이어진다. 무라토프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갈 곳 잃은 1400만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연대”라고 취지를 밝혔다. 수익금은 유니세프에 기부될 예정이다.
앞서 무라토프는 지난 3월 텔레그램을 통해 노벨상 메달 경매 소식을 먼저 알렸었다. 그는 “이 메달은 평화를 위한 것이다. 내 나라(러시아)가 파괴한 평화로 인해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어린이들에게 메달의 가치를 돌려주고 싶다”며 “하루빨리 우크라이나에 휴전이 이뤄져 포로 교환과 피란민 대피,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무라토프는 1993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함께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한 인물이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 독재에 맞서 정부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왔다. 지난해에는 체첸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대량 학살 사건을 앞장서 보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 기자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그는 푸틴 정권을 비판해왔는데, 지난 4월 열차 안에서 괴한으로부터 페인트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무라토프는 얼굴과 옷에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사진을 직접 공개했었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 일의 배후로 러시아 정보기관을 지목했으나, 판단 근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문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