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여느 때처럼 평화롭던 활기넘치던 교실은 총기를 들고 뛰어든 살인마의 난사에 지옥이 됐다. 탕! 탕! 탕! 귀를 찢는 굉음에 아이들이 쓰러져갔고 바닥은 피로 물들었다. 그 지옥도 속에서 열살 아메리 조 가르자는 자신보다 친구와 선생님들의 안위가 우선이었다. 공포에 떨고 있는 친구에게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고 다독여줬다. 생존한 친구가 기억하는 가르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살인마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열 살 소녀, 가르자가 훈장을 두르고 천국으로 떠났다. 걸스카우트 남부 텍사스 지부는 위험에 처한 친구와 선생님을 구하려다 함께 희생된 가르자에게 걸스카우트 최고 영예의 동십자훈장을 수여했다.
걸스카우트는 1일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트위터에 생전 가르자의 사진과 사후 수여된 훈장 및 증서 사진을 올렸다. 동십자훈장은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타인을 구하거나 그에 준한 용감한 행동을 보인 걸스카우트 대원에게 주는 훈장이다. 미군으로 치면 명예훈장과 같은 것이다. 참혹한 사건 현장에서 가르자가 보여준 용기있는 행동은 살아남은 친구들의 증언을 통해 전해졌다. 걸스카우트는 “아메리는 친구와 선생님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고, 이 아이의 가족에게 동십자 훈장을 주게 된 것은 우리의 영광”이라며 “가르자의 용기있는 이야기를 대대로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4학년 교실에 있던 어린이 19명과 교사 등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천사 날개옷에 훈장을 단 아메리 조 가르자는 희생자 중 가장 먼저 장례식을 치르고 부모 가슴에 묻혔다. 장례식이 열린 ‘힐크레스트 장례식장’은 바로 학교와 길 맞은 편에 있다. 총기난사범 샐버도어 라모스(18)가 범행 전 사람들 눈에 띄자 처음 총격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이날 장례식에서 아버지의 요청으로 조문객들은 아이가 좋아하던 연보라색 옷과 꽃다발을 가지고 왔다.
이날 가르자의 학교 친구이자 희생자인 동갑 메이티 로드리게스의 장례식도 열렸다. 유족들은 아이가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는 티셔츠를 입고 식을 치렀다. 이날 장례식을 시작으로 앞으로 2주간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이어진다. 미국 전역에서 조문객이 몰려들고 있고, 장례식을 돕기 위해 텍사스 지역 장의사들도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고 미국의 소리(VOA)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들은 총상으로 얼굴과 몸이 훼손된 아이들이 생전 티없이 고운 모습으로 가족들과 작별하고 하늘나라로 떠날 수 있게 시신을 정성껏 손보고 있다고 한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