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금융·제조 허브 상하이가 6월 1일 두 달여간 이어진 도시 봉쇄를 풀었다. 1일 0시를 기해 봉쇄가 거의 해제됐다. 상하이 시민 2500만 여명 대부분이 이동의 자유를 되찾았다. 봉쇄 기간 방역에 희생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상하이는 기업 생산 재개와 서비스업 회복, 소비 촉진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극단적 통제 조치로 경제·사회적 충격이 컸던 만큼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부터 상하이 시민은 사전 발급 받은 통행증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중·고위험 지역에 거주 중인 약 250만 명을 제외하고 이동 제약이 없어졌다. 거주단지를 둘러쌌던 울타리는 해체됐다. 봉쇄 공식 해제 며칠 전부터 일부 지역 외출 금지가 먼저 풀리면서, 일부 시민은 차가 없는 텅 빈 거리에서 자유를 즐기기도 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봉쇄 해제를 축하하는 조명쇼를 라이브스트리밍으로 방송하기도 했다.
그동안 집에 갇혀 있던 시민 다수가 이날 출근을 시작했다. 자가용 운전이 허용됐고 대중교통 운행도 재개됐다. 대중교통 탑승과 공공장소 입장 땐 72시간 내 발급 받은 코로나 핵산 검사 음성 결과를 제시하도록 했다. 쇼핑몰과 상점도 방문자 수를 75% 이내로 유지하는 수준에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식당 실내 식사는 여전히 금지된다. 영화관·헬스장·미술관도 아직 문을 닫은 상태다.
상하이 시정부는 봉쇄 해제 하루 전인 5월 31일 조속히 생산과 생활을 완전 회복하고 방역과 경제 발전 모두에서 승리를 이루겠다고 했다. 당국의 자신감과 달리,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는 봉쇄 기간 주저앉았다. 4월 산업생산은 1년 전 대비 61.5% 감소했다. 상하이는 중국 반도체 생산의 40%, 자동차 부품 제조의 30%를 차지하는 제조 허브다. 도시 봉쇄로 공급망·물류망이 마비되고 자택 격리로 인력이 부족해 기업 생산 활동은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망과 물류망이 단절되고 수출은 급감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미국 테슬라는 3월 28일 상하이 공장 가동을 중단한 후 4월 중순 일부 재개했으나, 봉쇄 전 생산량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테슬라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봉쇄 후에도 당분간 직원들을 공장 안에 머물게 하며 근무하게 하기로 했다.
31일(0~24시) 상하이 감염자 수는 15명(확진 5명, 무증상 10명)으로, 3월 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염력이 강하고 전파가 빠른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4월 하루 감염자 수가 2만7000명이 넘었던 때와 비교하면 큰 진전이다. ‘봉쇄 불가’를 공언했던 상하이는 3월 27일 단계적 봉쇄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당초 황푸강 동쪽 푸둥 지역을 3월 28일부터 4월 1일 새벽까지 봉쇄하고, 서쪽 푸시 지역을 4월 1일부터 5일까지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4월 1일 기존 계획을 엎고 도시 전체를 봉쇄했다.
리창 상하이 당서기는 “‘제로 코로나’ 기조 아래 상하이 보위전에서 중대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으나, 정부에 대한 상하이 시민의 신뢰는 추락했다. 상하이에선 봉쇄 기간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해 거주단지에서 시위와 불만 표출이 잇따랐다. 봉쇄 자체보다는 당국의 강압적이고 무능력한 방역 조치 집행 방식에 분노와 실망, 좌절감이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봉쇄 기간 상하이에선 한밤중 격리 시설로 끌려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임시 병원으로 개조됐던 상하이 최대 컨벤션 센터인 국가회전중심(NECC)은 31일 마지막 환자 두 명을 퇴원시키고 임무를 종료했다. 5만 개 병상을 갖춘 이곳에서 누적 17만4300여 명이 격리 치료를 받았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