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노동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로봇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4일(현지 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한 농업기술 대학을 방문해 동물 모양 로봇의 작동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4일(현지 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한 농업기술 대학을 방문해 동물 모양 로봇의 작동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WSJ는 이날 로봇 관련 업계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분기 미국 제조업체들의 산업용 로봇 주문 총액이 16억 달러(약 2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었다고 전했다. 업계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로봇 주문을 늘린 것은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반이민 정책의 여파로 이주 노동자가 감소하면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됐다.
WSJ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수년간 연간 100만명 정도의 이민자가 미국에 들어왔지만, 2020년 하반기∼2021년 상반기 12개월간 이민자 수는 24만7000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이민자 수의 절반 수준이며 2016년과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영사관 폐쇄 등으로 비자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민자 수가 급감했다.
텍사스주(州) 오스틴의 기계 부품 생산업체 어테나 매뉴팩처링의 존 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거래업체들로부터 주문이 늘고 있지만, 교대근무를 실시할만한 노동력 확보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WSJ은 전통적으로 미국 제조업체 중에서 자동차 제조 공장이 로봇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식품과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을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016년의 경우 로봇 주문의 71%는 자동차 조립이나 자동차 부품 생산업계에서 나왔지만, 지난해에는 자동차와 관련한 로봇 주문은 42%로 떨어졌다. 이는 기술 발달에 힘입어 로봇의 성능이 개선되고, 다양화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일본 화낙 측은 “과거에는 제조업체들이 산업용 로봇 운용이 너무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산업용 로봇 운용이 훨씬 원활해졌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로봇을 주문하는 업체의 생산 공정을 분석한 뒤 이에 맞는 로봇을 제작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각종 업체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로봇들이 개발돼 출시된 상태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어테나 매뉴팩처링이 최근 18개월간 배치한 7대의 로봇 중 6대는 별도의 특수주문이 아닌 로봇 제조업체가 이미 시장에 내놓은 모델이다.
산업용 로봇 배치는 노동력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지만, 결국 인간 노동자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는 “로봇에 대한 제조업체들의 의존은 결국 인간 노동력의 과잉 공급으로 연결돼 임금 삭감을 부를 수 있다”며 “산업용 로봇 확산은 결국 일자리를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