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진
| 조선일보 애틀랜타 주필 |
이제야 겨우 모든 것이 제 궤도(軌道)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앞으로의 사태 진전에 대해 극도의 불안에 휩싸인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우선 가장 중요한 국가 안보 면에서 제대로 된 정도(正道)를 굳건히 되찾은 것 같다.
생각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대의 과오는 북한에 대한 지나친 굴종(屈從)자세와 자유민주주의를 등한시한 종북(從北)정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이 또 다시 당당하게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이 유도탄이나 핵실험으로 도발을 감행할 경우 결연(決然)히 이에 맞서 정당한 대응조치를 서슴지 않는 본연(本然)의 옳은 자세를 되찾은 것이다.
처음에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국가 영도력에 많은 의심을 품었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타임(Time)지는 6월13일 자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특집에서 윤 대통령을 그 중 한 사람으로 뽑고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남한의 새 대통령 윤석열은 검사 출신으로 외교정책에는 생소(生疎: with little experience)하지만 당면한 도전에 정면으로 맞설 결심이 되어 있다…그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훨씬 더 가깝게 제휴(align)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안보 정책 외에도 윤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 있어 산적(山積)한 경제적 및 정치적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 타임지의 지적이다.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명백히 드러났듯이 대한민국은 지금 혹독한 두 갈래의 사상적 분열 속에서 서로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인 스스로가 똑똑히 깨달아야 할 중대 문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선진 국가들은 이 같은 사상 또는 세계관에 관한 내부 갈등(葛藤)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드러난 일이지만 문재인 정권을 계승, 재현하겠다던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자신부터 그의 이질적인 세계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김원웅 광복회장이 말한 “소련군은 해방군이오, 미군은 점령군”을 “옳은 말”이라고 칭송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젊은 층이 학교에서 전교조(全敎組) 교사들의 적화사상 교육의 영향으로 그릇된 세계관의 신봉자들이 되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젊은 층에서도 20~30대가 적색 사상의 허구성에 대해 눈 뜨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세계 인구가 10억 명 정도 밖에 되지 않은 17~18세기라면 모를까, 이미 세계 인구가 80억에 달하고, 곧 100억 명 시대가 도달할 지구상에서 “있는 자의 돈을 뺏어 못 사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만 하면 모든 경제가 자연히 반창(繁昌)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주겠다고 공약(公約)했다. 그런데 그 액수가 얼마나 되는가 했더니, 1년에 100만원 정도라는 것이다. 이것을 들은 젊은이들의 반응은 “웃기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 제대로 된 일자리는 하나도 없는데 한달에 10만원도 안 되는 ‘기본소득’을 줄테니 걱정말라?
젊은이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 평생을 그 분야에 투신하여 출세도 하고, 돈도 버는 직장다운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다.
큰 그림으로 보자. 지구의 인구가 10억 명 정도 밖에 안 되는 2백 년 전 같으면 약간의 농경(農耕)과 자연 야생 동.식물의 채취만으로도 모든 사람이 그런 대로 먹고 살 수 있었다. 귀족이나 일부 땅부자들이 농산물을 독차지하는 것 만 막고, 골고루 나누어 먹으면 아무 탈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이 좁은 지구상에서 100억명이 살아나가려면 엄청난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세계의 모든 나라가 손잡고 힘을 합해야 한다. 또 대기업이 형성되어 무한한 경쟁과 창의력을 통해 물질을 무한정으로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일부 공산주의 국가에서 시도한 것처럼 국가가 모든 생산을 맡아 공평하게 갈라준다는 방식으로는 멸망할 뿐이라는 게 소련의 붕괴 등 사회주의 국가의 전멸이 가르쳐 준 교훈이다.
그래도 최근까지 공산, 사회주의 세력들은 그들만의 비뚤어진 정의감으로 눈을 굳게 감고 이런 교훈들을 무시했다.
그들의 눈에는 자본가들은 서민의 피와 땀을 빨아 먹는 ‘나쁜 놈들’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나쁜 놈들이 코로나 팬데믹 까지 이용해 30시간마다 억만장자가 1명꼴로 탄생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 때문에 33시간마다 극빈층이 100만명씩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가 이들에 중과세(重課稅)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견(一見) 그럴싸한 주장이다. 물론 일정액의 과세를 더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처럼 분통만 터뜨리는 것은 사물을 피상적(皮相的)으로 밖에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훨씬 더 총체적으로 사물을 꿰뚫어 볼 줄 알아야 한다.
대기업가가 사업을 하여 엄청난 돈을 거머쥐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업가로서는 돈이 아무리 많이 생겨도 그 것을 다 쓸 수도 없다. 결국 왕년에 정주영 씨가 말한 것처럼 “돈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가로서는 이 돈을 뭉칫돈으로 만들어 또다시 더 큰 사업, 즉 새로운 창조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그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류 전체로 볼 때는 이 과정을 통해 부자 아닌 모든 보통 사람들도 크나큰 이득을 얻게 된다. 창의력을 발휘해 물질을 대량 생산하면 모든 물가가 엄청 싸지게 된다. 예를 들어 처음 컴퓨터가 나왔을 때는 비행기 한 대 값보다 비쌌지만 지금은 컴퓨터 한 대에 1~2백 불이면 산다. 그리고 대량 투자로 양질의 일자리가 급속도로 늘어난다. 이것이야말로 자유 시장과 자유민주주의 세계관의 놀라운 산물이다.
젊은이들이여, 모두 빛나는 미래의 세계관에 하루 속히 눈을 뜨고 창창한 장래를 쟁취(爭取)하는 대열에 다 함께 참여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