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한 지역신문이 1면에 검은 배경을 채워 비극의 아픔을 드러내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26일(현지 시각) 야후뉴스와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해당 지역 언론인 ‘유밸디 리더-뉴스’는 이날 발간한 신문 1면을 검은 배경으로 채웠다. 제호 바로 아래에 사건 발생 날짜인 ‘MAY 24, 2022′(2022년 5월 24일)만이 흰 글자로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신문은 총 12면으로 만들어졌다. 기사는 2면부터 시작되는데 10면까지는 세금, 지방 선거, 날씨, 스포츠와 같은 평범한 뉴스가 실렸다. 사건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달 10일부터 예정돼 있던 축제가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지만 그 이유가 이번 참사라는 사실 역시 덧붙이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 장인 11면과 12면에서는 참극을 다루는 데 집중했다. ‘CITY’S SOUL CRUSHED’(도시의 영혼이 으스러졌다)라는 헤드라인을 달았고 학교에 있던 아이들과 교사들이 도망쳐 나오는 사진, 범인이 타고 온 트럭 사진 등을 썼다. 또 금요일이었던 이 학교 졸업식이 연기됐다는 내용도 전했다.
소셜미디어 상에는 신문을 구매한 독자들의 인증 사진과 추모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1면의 검은 배경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고 #TexasSchoolMassacre(텍사스 학교 대학살) #Uvalde(유밸디)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또 “세상을 떠난 아이들과 교사들을 추모한다” “친구들을 더 이상 잃고싶지 않다” 등의 글을 쓰기도 했다.
유밸디는 텍사스주 도시 샌안토니오에서 서쪽으로 137㎞ 떨어진 소도시로 인구는 1만5200명 정도다. 사건은 이곳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전교생이 600명도 채 안 되는 작은 학교로 약 90%가 히스패닉계다. 2, 3, 4학년 학생들만 재학 중이었으며 이번 비극의 희생자 역시 대부분 7~10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는 어린이 19명 등 총 21명이다. 범인은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던 샐버도어 라모스(18)로 범행 후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는 초등학교로 향하기 전 자신의 할머니를 먼저 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페이스북에 “할머니를 쏘겠다” “할머니를 쐈다” “초등학교에 총을 쏠 것”이라는 글을 순서대로 올려 범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