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참사 생존자가 전한 그 날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겪은 당시 상황이 전해졌다.
지난 24일 텍사스주 유밸디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11세 생존자 미아 세릴로의 이모는 “이 사건이 가족에게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겼다”며 당시 미아가 겪은 일을 26일 NBC5 등에 전했다. 미아의 이모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교실에 있던 미아는 친구와 교사가 총에 맞는 것을 봤다. 겁에 질린 상황에서도 미아는 죽은 척 위장을 해 총격범의 표적에서 벗어나는 기지를 발휘했다.
미아의 이모는 “미아가 총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친구의 피를 몸에 바르고 그 위에 누워 죽은 척했다”고 말했다. 이어 죽은 척을 하기 전 쓰러진 교사의 휴대전화로 911에 신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미아는 등에 총알 파편이 박히는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밤에 공황 발작을 하는 등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아는 죽은 척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의 아래에 쓰러져 있던 친구가 처음에는 숨을 쉬고 있었는데 나중에 숨진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미아의 이모는 “사건이 일어난 날 밤 미아는 ‘총격범이 우리를 데리러 올 거다’라며 아버지에게 무장하라고 말하는 등 공포에 질려 있었다”고 했다.
8세 생존자 오브리의 어머니는 “오브리가 다른 교실 책상 밑에 숨어있었다”고 LA타임스에 설명했다. 오브리는 사건 당시 복도에 있던 한 여성이 자신이 있던 교실의 문을 두드리며 들여보내달라고 간청했지만 비상 폐쇄 조치로 교사가 그를 들여보내 주지 못한 상황을 목격했다고 한다. 해당 지역 교육구의 학교들은 방침에 따라 비상 상황 시 교실 문을 잠가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
오브리의 어머니는 “오브리가 ‘도와달라’라고 외치는 것을 듣고 공포를 느꼈다”며 “현재 오브리는 나와 아버지 없이 어디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혼자서 샤워를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조차 무서워 한다. 어젯밤에는 누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충격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11세 소년은 “총격범이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와 ‘이제 죽을 시간이 됐다’라고 말했다”며 “총소리를 듣고서 친구들에게 각자 몸을 숨기라고 알렸다”고 말했다. 소년에 따르면 그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를 포함한 학생 4명과 함께 탁자 아래 들어가 식탁보를 뒤집어쓴 채 숨어 있었다. 소년은 “경찰이 도움이 필요하면 소리를 지르라고 해서 우리 반의 누군가가 ‘도와달라’고 외쳤다. 그런데 그 소리를 엿들은 총격범이 다시 돌아와 그를 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소년과 다른 학생들은 교사들에 의해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참사로 어린이 19명 등 모두 21명이 희생됐다. 조사 결과 총격범이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채빈 기자
26일 텍사스주 초등학교 추모공간에서 울고 있는 학생./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