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4일(현지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방문 중 자국 매체 도이체벨레(DW)와 인터뷰에서 “독일을 비롯해 식민 지배의 과거가 있는 모든 국가는 매우 정직하게 이런 과거가 역사의 일부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지난 22일부터 아프리카 세네갈과 니제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순방 중이다. 이날 발언은 과거 독일이 나미비아에서 수탈해 온 보석과 각종 도구, 수공예품 등 고대 유물 23점을 영구 임대 형식으로 반환하기로 한 직후 나왔다. 이들 유물은 현재 베를린 민속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독일은 1884년부터 1915년까지 30여 년간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독일령 남서아프리카’(도이치-쥐트베스트아프리카)라는 이름으로 식민 지배했다. 1904~1907년 나미비아 주민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선 약 7만5000명을 살해하고, 수천명을 사막으로 내몰아 숨지게 하기도 했다. 독일은 지난해 6월 이와 같은 과거 식민 지배 시절 대량 학살을 공식 시인하고, 나미비아에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의 배상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반환되는 유물은 나미비아의 예술인과 학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독일과 나미비아의 화해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나미비아 국립박물관 에스더 뭄볼라 사무총장은 “나미비아인들이 우리 문화 유물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독일의 이번 결정은 두 나라 간 길고 복잡한 역사를 재평가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