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암스트롱이 수집한 달 먼지 표본. /뉴시스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서 채취해온 먼지 시료가 경매에 등장해 50여만 달러(약 6억원)에 팔렸다.
13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진품으로 인증한 달 시료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본햄스 경매에 올라 40만 달러(약 4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구입자가 부담해야 할 최종 가격은 여기에 경매비 등 각종 비용을 합한 50만4375달러(약 6억1900만원)다.
이날 낙찰자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매는 22만 달러(약 2억7000만원)부터 시작됐고 7차례 호가 끝에 이같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본햄스 측은 애초 80만~120만 달러(약 9억8000만원~14억7000만원)를 목표가로 삼았으나 여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먼지 시료들은 알루미늄으로 된 직경 10㎜ 전자현미경 시료판에 카본테이프를 덮어 고정한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총 5개다. 맨 눈으로는 식별이 힘들 만큼 작아 무게도 측정되지 않았다. 나사 기록에 따르면 암스트롱은 달에 착륙했을 당시 3분 5초에 걸쳐 약 1㎏의 먼지를 퍼냈다. 이후 이를 제염 가방에 넣어 지구로 가져왔는데, 경매에 나온 먼지들은 가방의 봉합선 틈새에 남아있던 것들이다.
/본햄스 홈페이지
먼지들이 이번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기까지의 사연은 매우 길고 복잡하다. 시작은 빈 가방으로 여겨져 분실됐던 암스트롱의 가방이 1980년대 초 캔자스 코스모스피어 우주박물관에 등장하면서부터다. 한동안 박물관에 전시되던 가방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는데, 2003년 범행 압수물 중 하나로 다시 나타났다. 박물관장이었던 맥스 아리가 빼돌린 전시품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후 미 연방보안청은 자금 마련을 위해 가방을 경매에 부쳤다. 당시까지만 해도 가방에 달 먼지 흔적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때 변호사 낸시 칼슨이 가방을 995달러(약 122만원)에 구매했고, 그는 나사로 가방을 보내 진품임을 확인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사가 문제였다. 달에서 가져온 모든 시료를 정부 자산으로 간주해 개인 소유를 허용하지 않았기에 칼슨에게 돌려주지 않으려 한 것이다. 이는 법정 다툼으로 번졌고 소송전은 2년간 이어졌다. 결과는 칼슨의 승리였다. 소유권을 인정받은 그는 2017년 경매를 통해 가방을 181만2500달러(약 22억2000만원)에 팔았다.
문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