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오지에 소재, 수업료 무료 딥스프링스칼리지
전교생 26명 불과, 전교생 대다수 아이비리그 편입
아침에 일어나면 전교생, 그것도 대학생들이 우유 짜기, 돼지와 닭에게 사료 주기, 채소밭 가꾸기 등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대학교가 미국에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이 학교는 한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 해 입학 정원이 13명에 불과한 종합 엘리트의 산실로서 일종의 '민족 사관 학교' 개념으로 통용된다. 바로 ‘딥 스프링스 칼리지(Deep Springs College)’이다.
뉴욕 타임즈(NYT)가 “세계에서 가장 입학하기 까다롭고, 가장 혁신적인 학교중의 하나라고 극찬한 딥스프링스칼리지는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 접경의 사막에 위치하고 있으며 가장 가까운 마을이 4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오지에 자리 잡고 있다. 학생수는 전교생이 불과 26명으로 2년제 특수대학이다. 그러나 절대로 이 학교를 우습게 볼 수 없다. 이 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와 시카고, 브라운, 코넬 심지어 영국의 옥스퍼드 등 명문 사립대학 3학년으로 편입하고 있다. 실제 학생들의 입학 SAT 성적도 최상위 그룹 1-3%일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스프링스 칼리지는 미국 사회를 끌어 갈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취지로 1917년 설립됐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내려오고 있는 학교의 모토는 교육, 노동, 학생 자치(Self-Governance)이다. 학생들은 이를 기준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노동과 학교 운영에도 직접 참여한다.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2년 동안 방학, 외출 면회를 할 수 없고, 동료 학생들과 교수들과 함께 일을 하고 공부하면서 미래 미국 사회의 지도자로서의 훈련 받게 된다.
한 학급의 학생수는 4,5명으로 미리 예습해 학과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낭패를 당한다. 교수들도 학생들과 함께 학교 내에서 거주하고 있어 언제나 1대1 면담이 가능하다. 교수와 학생이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생활한다. 시험을 볼 때도 감시가 전혀 없고 본인의 양심과 정직성이 최대한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만일의 경우 부정직성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퇴교를 당한다. 또한 딥스프링스 칼리지의 모든 학생들은 주 20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노동은 교육의 일환으로 딥스프링스 칼리지에서는 152에이커의 농장에서 300여 마리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농장일, 젖 짜기, 카우보이, 울타리 고치기, 요리, 교내 청소, 도서관일, 학교 사무일, 홍보 등 학교 내 모든 일들이 학생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1년에 약 5만달러에 상당하는 학비가 전교생 전액 면제이다. 한 해 11명에서 15명의 입학생만 받으며 합격률은 약 6-15%으로 매우 경쟁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남학생들만 공부하는 것이 설립 이래 학교의 전통이었으나 개교 95년만에 여학생도 지난 2018년 최초로 입학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두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첫째는 11월 초순까지 고교 성적 증명서, 다수의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SAT와 ACT 등 표준 대입 학력고사 점수 제출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이 단계를 통과한 25명의 지원자가 12월초에 통보를 받는데, 다음 단계는 복수의 추천서와 추가 에세이를 작성해 1월 중순까지 제출한 뒤 학교를 방문해 3~4일간 머물며 인터뷰를 받아야 한다. 이 결과, 15명의 학생이 합격자로 결정되고, 나머지 10명은 대기자 명단에 올린다. 이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약 20%를 점하는데, TOEFL 등의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제출해야 한다. 타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편입도 허용하는데, 이 경우에는 고교와 대학의 성적을 같이 제출해야 한다. 단지 타 대학을 졸업했거나 23세 이상인 학생은 입학 자격이 없다. 문의=www.deepsprings.edu
딥 스프링스 칼리지에서 한 학생이 학교 농장의 가축을 돌보고 있다. <딥스프링스 칼리지 제공>
무지개가 떠오른 딥스프링스 칼리지 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