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체인저’란 어떤 내기 ‘판’을 갑자기 크게 키우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10원 짜리 내기를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끼어들어 갑자기 100원 짜리 내기로 판을 키웠을 때 그를 ‘게임 체인저’라고 부른다.
지금 국제무대에서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공격용 무기 체계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즉 극초음속(極超音速) 무기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기존의 방위태세가 크게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제일 먼저 러시아와 중국이 극초음속 무기를 비축하기 시작했고 이번에 미국이 음속보다 5배 빠른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지난 달 27일 밝혔다.
극초음속 무기는 기존 미사일방어(MD)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해 앞으로 곧 전쟁 판도를 극적으로 바꾸게 될 게임 체인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최종 무기로 일컬어졌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대기권 밖까지 나갔다가 지상의 고정된 목표를 타격하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은 비행기처럼 낮은 고도를 날다가 눈 깜짝할 사시에 지상 또는 바다 위 목표물을 공격한다. 속도가 워낙 빨라 현재의 요격 수단으로는 속수무책이다.
현재로서는 누가 가장 앞선 극초음속 미사일 강자인지 식별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지난 2019년 말 중거리극초음속 탄도미사일(IRBM) ‘아방가르드’를 실전 배치했는데 속도가 마하20(음속의 20배 속도) 이상으로 탄두를 최대 16개 탑재할 수 있다.
중국도 지난 2019년 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DF(둥펑)-17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DF-17은 핵탄두형 극초음속 활공체(滑空體)를 탑재, 마하10 이상으로 비행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북한이 지난 달 28일 오전 6시 40분 쯤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 1발을 동해 쪽으로 발사했는데 이것이 바로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무기였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금년 들어 북한에서 5 차례나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는데도 그 때마다 “유감스럽다”는 정도의 코멘트만으로 넘어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로 국가안보희의(NSC)를 열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역시 종전과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유감을 표하면서 “향후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발표가 전부였다.
만약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 무기에 틀림없다면 이는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미사일 방어체제가 일순간에 전면 무효가 되는 중대한 사태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 같은 한국 측의 조심스런 반응을 비웃기나 하듯, 지난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시험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8형’이라는 이름의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스스로 확인하고 나섰다. 통신은 “처음으로 도입한 암풀(앰풀: ampoule)화 된 미사일 연료 계통과 발동기의 안정성을 확증했다”고도 밝혔다. 앰플화란 미사일에 액체연료를 주입한 후 그대로 장기 보관했다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액체연료의 단점을 보완해 고체연료처럼 미사일을 언제든지 즉각 발사할 수 있다.
통신은 또 미사일 추진 로켓에서 분리된 탄두부가 지그재그로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활공(滑空)비행 전투부’의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북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3의 속도로 최대 고도 30여km, 비행거리 200여km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에 의하면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을 지원하는 주일 유엔사 후방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1500~2000km쯤까지 사거리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렇게 되자 미국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보고, 이에 대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개발 성공시 미국에 중대한 위협이 될 전략무기 개발을 그 대로 보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와 같은 자유 진영의 북한 응징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정면으로 대항하고 나섰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 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 이중기준(二重基準)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4일 담화에서도 “남조선이 때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자대(이중 잣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조건부로 남북 간 소통 유지와 대화 재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김여정의 담화 중에서 가장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이 ‘이중 잣대’라는 말이다.
단도직입(單刀直入)적으로 말해 이 ‘이중 잣대’라는 말에 그들의 속마음이 다 들어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공, 영국 등이 모두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왜 북한만은 안 된다는 것이냐, 이것이 이중 잣대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시(敵對視)하는 정책을 쓰는데 왜 우리가 정당방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냐는 주장이다.
이러한 북한 측의 주장에 대해 남한에서도 상당수가 동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평화 프로세스나 종전선언 제안 같은 것도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눈에 큰 대들보가 있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북한은 왜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되는가? 너무나 답답해서 다시 한 번 설명하겠다.
무엇보다도 첫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그렇게 결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유엔 안보리는 북한만 특정(特定)해서 핵무장 금지령을 내렸겠는가? 그것은 북한이 핵을 가질 경우 국제 질서와 평화가 위협을 받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엔은 무엇을 근거로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이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는가? 그것은 북한이 유엔과 세계 전 인류의 공동 목표인 자유와 기본 인권에 대해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70년전에 저지른 6.25 대 참화(慘禍)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극악무도한 최악의 공산 독재로 인한 인민 학살과 무수한 강제 수용소 등이 그 증거이다.
북한이 이 같은 죄악을 청산할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이지 않는 한 이들에게는 추상(秋霜)과 같은 응징의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모든 자유 애호인들의 공통된 신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