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남성이 코로나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은 뒤 병원으로부터 한화 약 6700만원에 달하는 청구서를 받은 사연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한 30대 남성이 아내와 함께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은 뒤 거액의 청구서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미국 의료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댈러스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트래비스 워너(36)는 지난해 6월 직원 한 명이 코로나에 확진되자 선제검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워너는 당시 상황에 대해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등 예방 조치를 취했지만, 매일 고객의 집을 방문해야 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 될 위험이 높았다. 매주 총알을 피하는 것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워너 부부는 자신들의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텍사스 루이빌 ‘시그니처케어’ 응급실을 찾았다. 두 사람은 신속 항원 테스트와 PCR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이들은 병원으로부터 5만6384달러(약 6700만원)가 적힌 청구서를 받았다. 청구서에 따르면 이 금액에는 PCR 검사비는 5만4000달러(약 6400만원)와 응급실 이용료, 항원 검사 비용 등이 포함됐다.
NPR은 워너가 건강보험 제공업체 ‘몰리나’ 개인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으며, 보험사의 협상을 통해 청구 비용을 1만6915달러(약 2000만원)로 낮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한 보험협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특정 사업자가 의료 비용에 대해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이미 널리 퍼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건 정책 전문가들도 워너에게 청구된 금액이 “천문학적이며 지독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건 정책 전문가인 로렌 애들러는 “미국 의료시스템 내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테스트도 청구할 수 있는 금액에 상한선이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사람들이 비용 청구를 우려해 검사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 의회는 지난해 보험사가 고객의 코로나 검사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워너의 경우, 검사를 받은 병원이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네트워크 병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액의 청구서를 받은 것이다.
NPR은 병원이 이같은 점을 악용해 터무니없이 높은 검사비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의료비 지출의 최대 10%가 사기 등에 따른 과다 청구 사례다. 고객은 치료비 청구서를 항상 주의 깊게 읽어보고 비용이 적절치 않을 경우 보험사에 전화해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를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