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편중‘ 심화, 주가 상승이 전체 증가분의 44% 차지
지난해 미국 가계 자산이 30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미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덜 쓰며 더 많은 돈을 저축한데다, 부동산 및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린 덕분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계 자산은 13조 5000억 달러 증가했다. 이는 30년래 최대 증가폭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8조 달러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WSJ는 “미국인 대다수가 신용카드 빚을 갚고 이전보다 더 많이 저축하고, (연준의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이자가 더 저렴한 모기지(주택담보) 대출로 갈아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식시장이 강세장을 보인 것도 가계 자산을 늘리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조치 등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소비자들이 주식거래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여기에 증시 활황으로 전체 가계 자산 증가분의 44%는 주가 상승이 담당했다. 이로 인해 부의 편중 현상도 심화됐다. 소득 상위 20%의 자산 증가분이 전체 가계 자산 증가분의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 중 3분의 1은 상위 1%에 집중됐다.
특히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은 빈부 격차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진단이다. 부유층은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며 소득을 확대했지만, 저소득층은 생애 첫 주택을 구매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
또, 지난해 10월까지 소득 하위 25%의 은행계좌 잔고가 50% 가량 늘어났지만, 대부분이 정부 지원금과 추가로 지급된 실업수당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나면 사라질 한시적 소득이다.
문제는 급여보다 많은 실업수당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주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각종 지원을 축소 또는 중단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WSJ은 “저임금 계층의 일자리는 팬데믹과 함께 상당 수가 사라졌고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부 지원책이 축소되고 나면 집값 상승 등으로 저소득층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