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9530억달러(약 108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안에 잠정 합의했다. 당초 조 바이든 행정부가 책정한 2조2000억달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양분된 의회 구조 속에서 초당파 의원 간 큰 틀에서 합의해 경기 부양안이 탄력을 받게 됐다.
23일(현지 시각) AP통신과 미 경제전문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파 상원의원 10명과 백악관에서 비공개로 회동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 못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또 “초당적 합의는 타협을 의미한다. 우리는 합의했다”고 밝혔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당이 인프라 예산 패키지에 합의했다”며 “아직 세부사항 논의는 남아 있다”고 했다. AP는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양당이 도로 건설 등 전통적 인프라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잠정 합의를 위한 진전을 이뤘고 바이든 대통령이 내일 이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에 참여한 여야 초당파 상원 의원은 모두 21명이다. 합의 금액은 5790억달러(약 656조원)의 신규 사업을 포함해 약 9530억달러다. 분야별로는 도로와 교량에 1090억달러, 전력 관련 인프라에 730억달러, 여객 및 화물철도에 660억달러, 전기차 인프라에 150억달러 등이 분배됐다. 그 외 비(非)교통 분야 인프라에는 2660달러를 배정했다.
재원은 미사용 실업보험 구제 기금과 국세청의 남은 세수, 5G 주파수 경매, 전략 석유 보유분 판매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대기업 법인세율을 21%에서 28%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미국 일자리 계획’이라는 명칭으로 2조2500억 달러 규모를 제시했었다. 이후 규모를 1조7000억 달러로 낮췄다가 추가로 금액을 하향 조정해 약 3개월만에 어렵사리 합의안을 마련한 것이다. CNBC는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초 제안한 2조2000억의 절반보다 작지만 경기 부양안의 한 축을 완성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