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계약 따주는 대가로 돈-주식 등 받아 개인 유용
검찰·FBI·국세청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 질타
“범죄 한 건당 최대 25년형 가능”…중형 불가피할 듯
‘갑’의 위치를 남용해 거래업체들로부터 각종 금품을 불법으로 수수하고, 합법적 금전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유령 회사까지 세워…’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들이 몰려있는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업 넷플릭스 전직 고위 간부가 재직 당시 납품 계약을 성사시켜주는 조건으로 중소기업들로부터 갖가지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평결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법 배심원단은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마이크 케일(Kail) 전 넷플릭스 IT 운영부문 부사장에게 유죄를 평결했다고 2일 밝혔다. 배심원단 29명 중 28명이 케일이 유죄라고 판단했다. 최종 판결은 2주 뒤에 나올 예정이다.
앞서 2014년 넷플릭스에 의해 제소된 그는 2018년 5월 재판에 회부됐고, 2년만에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넷플릭스의 IT부문 부사장을 지낸 그는 재직당시 납품기업을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해 중소기업들로부터 불법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납품하려는 중소기업 9곳으로부터 계약을 성사시켜주는 조건으로 50만 달러 이상을 리베이트로 받아 챙겼고, 납품업체들의 주식 스톡옵션도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같은 수법으로 케일이 전권을 휘두른 계약은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가령 케일은 2013년 P사와 스톡옵션이 포함된 자문 계약을 맺은 뒤넷플릭스 입찰 경쟁업체의 입찰가 같은 중요 내부정보를 제공했고, 실제 납품계약을 체결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직원들은 P사 제품이 아닌 기존 제품을 선호했지만, 카일은 P사 제품을 쓰도록 직원들을 닦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일은 2012년 S사와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문료와 스톡옵션을 받는 대가로 넷플릭스 납품 계약을 따도록 해줬다. 이 때도 S사 제품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카일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M사, E사 등에 대해서도 넷플릭스 납품 계약을 따게 해주거나 연장시켜줬고, 대신 스톡옵션과 자문료 등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카일은 불법적인 리베이트 수수를 정상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유령 기업까지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2월 유닉스 머시너리라는 이름의 기업 설립 신고를 했는데, 이 회사는 고용자도, 업무분야도 없었고, 계좌 성명인으로 유일하게 카일의 이름만 기재돼있는 사실상 유령 회사였다. 유닉스 머서너리는 2012년 하반기 넷플릭스 납품업체 V사가 받은 대금의 15%를 챙겼다. 이런 방법으로 유령회사를 통해 카일에게 흘러들어간 돈은 44만7849달러(약 5억원)에 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케일은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을 캘리포니아 로스 가토스에 주택을 구매하는 등 개인적으로 썼다고 검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