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이민 관련 공공기관에서 반(反)이민 정서를 부추기는 용어 사용을 금지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1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이민단속기관인 세관국경보호국(CBP)과 이민세관단속국(ICE)는 앞으로 ‘불법이민자(illegal alien)’이라는 용어 대신 ‘비시민권자(noncitizen)’ 혹은 ‘이민자(migrant)’란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더불어 미국 사회내로의 편입을 강요하는 ‘동화(assimilation)’이라는 말 대신 ‘통합(integration)’이라고 명명해야 한다.
비시민권자(Noncitizen)는 합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나 비자를 받고 여행이나 취업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불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사람들까지도 포괄하는 용어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왔던 미국 내 ‘반(反)이민’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민자들을 강력하게 배척하는 용어와 정책들을 사용함으로써 미국 내 이민자들에 대한 장벽을 쌓아왔다. 또, ICE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미국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은 누구든 바로 체포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이번 지시사항은 CBP와 ICE뿐만 아니라 두 기관과 연결된 노동조합들에게도 전달됐다. 해당 조합들은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방향을 확실히 뿌리뽑겠다는 입장이다.
트로이 밀러 CBP 총책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우리는 국가주요집행기관으로서 전 세계 국가들과 협력기관들의 전례를 만든 것"이라며 "우리는 국법을 준수하는 동시에 우리가 접하는 모든 개인들의 존엄성을 유지해주어야만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들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우리가 (불법체류의 명목으로) 구금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존엄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 존슨 ICE 책임자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정한 지침에 따라, ICE또한 (ICE의) 협력조직들에게 권고된 용어들을 사용하도록 확실히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내 이민자 지지 세력들은 ‘외국인 체류자(alien)’등의 용어가 낡고 반인권적이라고 비판하며 보다 민주적인 용어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화당원들은 새롭게 개편된 용어 사용 가이드라인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권고한 용어들이 뜻이 불분명하며, 남서쪽 국경을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더 많이 불러들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그들이 불법적으로 입국했기때문에 ‘불법체류자(illegal alien)’이라 부르는 것일 뿐"이라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나약함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적 행동들로 인해 우리가 여전히 이민자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정부 이전, 오바마 정부는 전과가 없는 경우 국경을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수용해주었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모든 불법이민자들을 추방하며 남서쪽 국경 경계를 확장해 국경수비기관들의 경비를 한층 더 삼엄히 했다.
이번 바이든 정부의 행보는 트럼프 정부의 수많은 반이민 정책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긴 하나, ICE를 폐지하자는 민주당원들의 의견은 수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