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주 2000 전투기. /조선 DB
프랑스군이 아프리카 말리의 한 결혼식을 테러집단의 비밀 회합으로 오인하고 공습을 감행했다가 민간인 19명이 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HRW)에 따르면, 프랑스군은 지난 3일(현지 시각) 말리 중부의 몹티 주(州) 분티 마을에 미라주 2000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켜 폭탄을 투하했다.
프랑스군이 테러리스트들의 회합이라고 발표한 이 모임은 사실 이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결혼식과 피로연이었다고 HRW는 주장했다.
앞서 프랑스군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말리의 무장 테러리스트들이 모여있는 곳에 미라주 2000 전투기들이 폭탄 세 발을 투하해 테러 조직원 약 30명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HRW는 말리 인권단체 ‘주네스 타비탈 풀라쿠’와 함께 현지 조사를 한 끝에 “공습으로 숨진 사람들은 테러 조직원이 아닌 민간인으로 모두 19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들 중엔 60대 후반과 70대 노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HRW 측은 21일 성명을 통해 “프랑스와 말리 정부는 지난 3일 프랑스군의 공습에 대해 신속하고도 공정한 조사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일 미국의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을 상세히 보도했다.
당시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밝힌 한 46세 교사는 “처음엔 비행기 소리가 나더니 굉음이 들렸다”며 “갑자기 온 사방에 다친 사람들 투성이였고, 떨어져 나간 신체 부위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고 전했다. 지역 주민들 역시 “피로연 도중 양고기와 소고기가 제공되려던 찰나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결혼식장엔 여성도 아이도 없이, 남성들만 다수 모여 있어 프랑스군의 오해를 산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에 남성들만 참석한 건 이 일대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이 여성의 외부 사교활동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한편 프랑스는 옛 식민지였던 사하라사막 이남 사헬 지대(열대림과 사막 사이의 초원 지대)에서 테러 격퇴전인 ‘바르칸’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으로 본 탓이다.
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