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전세계가 코로나라는 신종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인 한해였다. 내년에 백신 보급이 본격화 되면서 세계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더라도 코로나가 촉발한 어떤 변화들은 최소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될 세계 경제 10대 변화를 정리했다.
◇ 리바이어던(성서 속 괴물)이 된 정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 이후 각국 정부가 국민들이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추적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자유 시장 경제가 널리 확산된 이후 많은 정부가 기피해왔던 일들, 예컨대 어려운 기업을 대신해 근로자에게 월급을 주는 조치도 이뤄졌다.
올해 세계 정부는 11조달러(1경2000조원)의 재정 적자를 추가했다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추정했다. 선진국에선 이런 재정 지출 확대를 계속해야 할 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금융시장에 단기 충격은 없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 부채 급증이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현대통화이론(MMT) 론자의 주장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 중앙은행, 돈 찍고 또 찍는다
올해 세계 중앙은행이 역대급으로 많은 돈을 찍어냈고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 됐다. 이들은 정부 부채는 물론 회사채까지 사들이는 금융 완화 정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이 투기 수요를 부풀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고용시장이 여전히 침체돼 있고 기업이 돈을 쌓아두는 상황에서 정책 방향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빚 폭증, 좀비기업
각국 정부가 도산 직전의 기업에 신용을 제공하면서 올해 상반기 비금융 회사의 회사채 규모는 3조3600억달러로 급증했다고 국제결제은행(BIS)는 추정했다. 정부의 개입이 없이 자력으론 살아남기가 불가능한 이른바 좀비기업도 급증했다. 이들의 생존은 세계 경제를 덜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 빈익빈 부익부(Great Divides)
경기부양을 얼마나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개발도상국에겐 사치에 가까웠다. 이들은 직업과 기업을 보호할 자원은 커녕 백신에 투자할 돈도 부족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금융시장 불안을 지켜봐야 했다. 주요20개국(G20)은 빈국의 채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머리를 맞댔으나 실질적인 부담을 줄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 K자형 충격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소비자와 얼굴을 마주 보고 일하는 저임금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은 도시 봉쇄가 시작됨과 동시에 해고 1순위 명단에 오른 반면 부유층은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더 많은 부를 얻었다. 그래프로 그리면 부유층 자산은 우상향 했으나 저소득층은 오히려 우하향 하는 'K자형'이 나타났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로봇의 득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소매업, 접객업 등 고객과의 대면접촉이 불가피한 산업을 중심으로 로봇 도입이 확산됐다. 팬데믹 기간 기업들은 호텔 체크인, 샐러드 커팅, 매표소 요금 수납 업무 등에 로봇을 도입했다. 쇼핑족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했다. 이런 변화는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지만 일부 근로자를 오랜기간 노동시장에서 내쫓는 역할을 한다.
◇ 음소거 근무(재택근무)
소득이 높은 직업일수록 재택근무가 더욱 일반화 됐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달 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가 재택근무에서 발생했다. 화상회의 플랫폼 업체 줌의 주가는 올해 6배 상승했다. 재택근무 확산은 일부 도시 중심가의 부동산 가격을 낮추고 도시 외곽, 교외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2020년 3월 20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국제공항의 수하물 찾는 곳이 도시 봉쇄 조치로 텅 비어있다. / AP연합뉴스
◇ 여행 실종
유엔(UN)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세계 관광 규모는 작년보다 72% 감소했다. 맥킨지는 출장의 4분의1이 온라인으로 대체돼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가려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건강증명서를 소지하거나 백신을 맞았음을 증명하는 이른바 백신 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할 수도 있다.
◇ 새로운 세계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올해 초 팬데믹으로 도시 봉쇄를 하면서, 전세계 제조업이 엄청난 공급망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로 각국 정부는 공급망을 중국에서 다른 국가 혹은 자국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화가 후퇴하는 대신 바뀐 환경에 적응한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 기후 변화
코로나는 전세계가 과거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참혹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코로나 이후 각국이 그동안 미뤄왔던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기에 앞다퉈 나서는 배경이다. 기후 변화를 중시하는 미국 조 바이든의 당선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