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이 29일(현지 시각) 별세했다고 AFP가 전했다. 향년 98세.
1922년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지방에서 태어난 피에르 가르뎅은 파시즘을 피해 이른 나이에 프랑스로 이민을 갔다. 이후 14살 나이로 프랑스 패션계에 수습생으로 입문해, 85년 동안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28살이던 1950년에는 본인 이름을 건 패션 하우스를 설립했고, 1958년에는 맞춤복을 전문으로 하는 ‘꾸뛰리에(couturier)’ 가운데 최초로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기성복 라인을 출시했다. 이후 전 세계에 유통하는 다양한 상품에 본인의 이름을 사용도록 허락한 최초의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라이선스 브랜드의 원조’이자, 매스티지(Masstige) 시대의 포문을 연 셈이다.
그는 파격적인 색상과 패턴을 이용해 의복을 극적이라 할만큼 실험적으로 표현하길 즐겼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피에르 가르뎅은 우주에서 영감을 얻은 3차원적인 디자인 요소를 이용해 1960년대 유토피아를 패션으로 구현했다"고 평했다. 이 무렵 그가 일상적인 직물 뿐 아니라 비닐이나 금속 섬유를 이용해 만든 아방가르드(전위적)한 옷들은 여전히 패션업계에 영감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퍼스트 레이디 재클린 케네디와 프랑스 국민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에 이르기까지, 그가 디자인한 옷은 전 세계 수많은 셀러브리티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르 몽드는 "그는 피델 카스트로, 간디, 넬슨 만델라와 찍은 사진을 장식해놓을 정도로 사교계에서 이름난 마당발이었다"며 "외국 진출을 매우 적극적으로 도모했고, 외국과 교류를 가장 활발히 했던 디자이너 가운데 한명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