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가 미국에서도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는 이날 금융산업규제국(FINRA) 집계를 인용해 지난달 미 증시의 신용융자 잔고는 7221억달러(약 788조5332억원)로 한달 전의 6593억달러보다 약 9.6% 늘면서 2년 6개월 만에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종전 최고치는 2018년 5월의 6689억달러(730조4388억원)였다. 신용융자 잔고는 주식 투자자가 추가 투자를 위해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빌린 대출 잔액이다.
WSJ는 미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월에 저점을 찍고서 강하게 반등하면서 많은 투자자가 빚을 내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이는 시장 변동성 확대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대출의 담보로 제공된 주식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해 투자자가 돈을 더 내지 않을 경우 강제 주식 매각이 이뤄지면서 폭락세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닷컴버블'이 붕괴된 2000년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실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옵션거래와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른 고위험 투자가 대거 증가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옵션결제회사(OCC)에 따르면 올해 일평균 옵션거래량은 2900만계약으로 지난해보다 48% 증가했다.
금융서비스 업체 모닝스타는 올해 11월까지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유입된 자금이 143억달러(15조61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인 2008년의 연간 유입액인 167억4000만달러(18조2801억원)를 넘보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