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위챗(WeChat·微信)을 통해 미 대선 재검표를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19일 닛케이아시안리뷰(닛케이)에 따르면 이들은 위챗 특유의 문화인 ‘지에롱(接龙)'을 이용해 긴 타래로 각자의 모금 내역을 공개하며 트럼프 선거캠프의 재검표 시도를 위한 모금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게시물을 공유하면 원본 메세지를 계속 노출시키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참가자 전원의 모금 내역을 공유할 수 있다.
한 게시물은 "어둠에 잡아먹히느냐, 어둠을 정복하느냐... (중략)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확정은 아직 멀었다"라는 말과 함께 수백 달러부터 4000달러(약 446만원)에 이르는 모금 내역이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위챗을 주로 사용하는 60세~70세의 이민자 1세대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모금액 타래'들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모금된 금액이 전부 재검표를 위해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부정선거 의혹을 해결한다는 명분 아래 모금을 진행 중이지만,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면책 조항에 따르면 모금액의 최대 60%는 트럼프 선거캠프의 채무를 해결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부 모금 캠페인 웹사이트들은 지난 주 모금액의 최대 60%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꾸린 정치행동위원회(PAC)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세부 조항을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측에서는 이같은 모금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초당파적 비영리기구인 미 선거운동법률센터(CLC)의 브렌든 피셔 상무이사는 "(트럼프) 선거캠프가 빚을 해결하기 위해 오해하기 쉬운 모금 호소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셔는 "면책 조항을 제시했기 때문에 원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모금액을 사용하더라도 불법은 아니다"면서도 영어 사용자들조차 잘 읽지 않는 면책 조항이 중국어를 사용하는 1세대 이민자들에게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후보자가 더 많은 금액을 유치하기 위해 지지자들에게 계속해서 손을 벌리는 것은 후보와 지지자들 사이의 강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계 미국인 전문 통계기구인 AAPI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대선 캠페인 동안 중국계 미국인들은 총 100만 달러(약 11억1400만원) 이상을 트럼프 캠페인에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AAPI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중국계 미국인의 44.7%는 제한적인 영어 능력을 가지고 있다. AAPI데이터의 써니 샤오 연구원은 "이들 상당수는 (중국어로) 번역된 내용에 의존하는 사람들"이라며 "(위챗에서 공유되고 있는) 게시물들은 모금액이 전부 재검표 노력을 위해 쓰이고 있는 것처럼 적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