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호감도는 트럼프 보다 낮아...당에 부담될 수도
1940년생으로 80세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제117대 미 의회에서 하원의장으로 재추대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1942년생으로 78세인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 정권은 ‘초고령 지도부’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미 민주당 하원은 18일(현지시각) 공식 트위터를 통해 “다시 한 번 하원 민주당의 용감한 지도자, 제117대 의회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펠로시 의장을 축하한다”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3일 대선 승리 직후 하원의장 재출마 입장을 밝혔다. 당내에서도 펠로시 의장에 맞설 후보가 나서지 않아 재추대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이날 온라인으로 이뤄진 당내 선거에서도 도전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당내 선출에 따라 펠로시 의장은 오는 2021년 1월 하원의 정식 선출만 남겨 두게 됐다. 정식 선출을 위해선 하원 전체 의석 435석의 과반인 218표가 필요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하원 의석 219석을 확보한 상태다. 향후 최종 개표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의석은 220석대 중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는 지난 2003년부터 민주당 1인자 역할을 맡아왔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하원의장을 역임했다. 여성으로선 최초의 미국 주요 정당 수장일 뿐 아니라 최초의 하원의장이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내준 이후에도 펠로시는 계속 민주당 1인자를 지켰고,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 승리하면서 2019년부터 다시 하원의장을 맡아왔다. 펠로시가 117대 미 의회 임기인 2022년까지 민주당을 이끌 경우 20년간 민주당을 이끄는 셈이다. 펠로시는 지난 2018년 하원의장에 선출되기 전 2022년까지만 하겠다는 취지로 말하긴 했지만, 이 또한 나중에 바뀔 여지가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보도했다.
펠로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과 강한 대여(對與) 공격을 추진하면서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지난해 9월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바이든의 뒷조사를 압박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지자, 망설이지 않고 탄핵 조사를 선언하며 탄핵 정국을 끌고 나갔다. 또 올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때는 연설문을 찢어버리기도 했고, 백악관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삿대질을 해가며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펠로시의 이 같은 ‘장기 집권’이 민주당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펠로시의 미국 내 이미지는 트럼프 보다 안좋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평균한 정치인 호감도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도는 41.6%이지만, 펠로시는 36.6%에 불과하다. 물론 공화당 상원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28.2%)보다는 높지만, 미국인들이 펠로시를 좋은 감정으로 보고 있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는 펠로시의 장기 집권에 미국인들이 싫증을 내기 시작했고, 자신의 지역구이자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에서 걷히는 엄청난 후원금을 이용해 당을 장악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버락 오마바 행정부 시절에도 공화당은 선거 광고에서 오바마 보다는 펠로시의 얼굴을 더 많이 사용했다고 시사지 애틀래틱은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펠로시가 최전선에서 이끈 올해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사실상 패배했다. 선거 전까지 미 언론들은 민주당이 석권하는 ‘블루 웨이브’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었을 땐 상원은 졌고, 하원은 현재까지 과반(218석)을 간신히 넘긴 219석을 차지했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펠로시가 2022년까지 민주당을 이끌 수 있게 된 것은 현실적으로 펠로시만한 전투력을 갖춘 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펠로시가 끌어오는 막대한 후원금도 민주당이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16년만 하더라도 민주당 소장파 의원 수십명이 펠로시의 장기집권을 끝내야 한다고 들고 일어났었지만, 이번엔 그런 일도 없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