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이 "문재인 정권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패배를 선언할 타이밍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7일 아사히는 서울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렇게 전하면서 선거전에서 철퇴(撤退·물러나는 것)를 허락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의향이 강해,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TO는 이달 초로 예정됐던 차기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무기한 연기했다.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의 코로나 확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상당수 회원국이 지지하는 나이지리아 후보를 미국이 단독으로 반대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 본부장과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의 2파전으로 좁혀진 선거에서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대다수 회원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한 반면 미국은 지난달 이 후보에 반대하고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유 본부장의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오콘지이웰라 후보가 트럼프 행정부가 싫어하는 다자무역 지지자인 점과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금융지원을 받는 나이지리아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이틀 뒤인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면서 WTO 선거 대응을 논의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아사히는 사무총장이 뽑히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 되면 비판의 화살이 미국 뿐 아니라 한국으로 향할 수 있으며, 여권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이 이미 레임덕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