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자 사업적 기반인 뉴욕, 트럼프 재단 탈세 수사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오른쪽)와 이방카의 남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패배로 그의 딸·사위인 이방카 트럼프(39)와 재러드 쿠슈너(39) 부부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이들은 지난 4년간 둘 다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재직하면서 국정에 큰 영향을 끼친 실세로, ‘워싱턴의 골든 커플’로 불렸다.
CNN은 15일(현지 시각) 이들이 고향이자 자신들의 사업 기반이 있는 뉴욕으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이곳 분위기가 트럼프 가문에 적대적으로 변해 망설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방카 부부는 뉴욕 맨해튼 이스트사이드 부촌(富村)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데 최근 이방카가 이 집을 둘러보고 가면서 뉴욕 생활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지난 13일 이방카 트럼프가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를 둘러보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국 데일리메일
이방카와 쿠슈너는 백악관 입성 전까진 뉴욕 상류사회 핵심으로 활동했다. 쿠슈너는 뉴욕 부동산·언론 재벌 가문의 후계자이고, 이방카의 패션 사업 기반도 뉴욕에 있다. 이들은 패션·문화계 핵심 인사들과 교류했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측 인사들의 자녀들과도 친분이 깊었다.
그러나 4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향인 뉴욕에서 진행되는 탈세·성추문 수사 등을 고려해 주소지를 플로리다로 옮겼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뉴욕을 “코로나로 엉망이 된 유령 도시” “코로나 백신이 나와도 공급하지 않겠다”며 저주했다. 지난달엔 이방카와 쿠슈너가 코로나 사망자가 20만명을 넘은 상황에서도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대형 정치 광고판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걸리기도 했다.
잡지 배니티페어는 이방카 부부의 옛 지인들이 “사람들이 이들을 만나면 면전에선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들이 뉴욕에서 고립된 섬처럼 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최근 이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워싱턴의 학교 학부모들이 이방카 부부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항의하면서 이방카 자녀들이 전학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 이방카가 또래 부모들로부터 배척당하는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이방카와 쿠슈너 부부가 코로나로 국민이 신음하는 동안에도 자신들의 특권만 즐겼음을 비판하는 정치 광고가 등장했다.
이 때문에 이들이 뉴욕 인근 뉴저지나, 플로리다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에선 트럼프 재단 탈세 관련 수사가 이방카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쿠슈너 가문이 중국 부자들을 상대로 투자이민 제도를 악용해 영주권 장사를 했다는 혐의로 수사받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방카 부부가 그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휴가를 다니거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결혼 10주년 파티를 한 것, 쿠슈너가 중동 외교 전권을 쥐면서 가족 사업에 중동 왕국들로부터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받은 것 등도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서 일각에선 이방카 부부가 살아날 방법은 정치 투신밖엔 없다는 말도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이방카가 아버지의 후광 아래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