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회의 비망록서 연준 위기의식 반영
소비 탄탄 VS 기업 투자, 수출 약화돼 우려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경제학자들이 무역전쟁이 미국에 미칠 경제적인 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후 발표된 지난달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 침체 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위기 의식이 연준 내부에서도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FOMC 의사록에는 내년에 미국 경기 하강 위험에 대한 연준의 불안감이 잘 나타나고 있다.
9월 17-18일 개최된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은 미국의 가계지출이 '강한 속도(Strong Pace)'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소비는 여전히 탄탄하다는 평가를 내렸으나 기업 고정투자와 해외 수출이 7월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던 당시 FOMC회의 이후 약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의사록은 "참석자들이 대체로 7월 회의 이후 경제활동 전망 하강 위험이 높아졌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특히 무역정책 불확실성, 해외 경제여건에서 비롯된 하강 위험"이 높아졌음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비록 노동시장과 전반적인 경제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투자지출, 제조업 생산, 수출의 취약성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인하는 표결위원 중 반대 3표 속에 이뤄졌다. 강경파인 에스터 조지 캔자스 시티 연방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가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반대했고, 대표적인 온건파인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0.50%포인트 인하를 요구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또한 연준은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비롯한 지정학적 위험, 세계 경제둔화 등 대외여건 악화가 겹치면서 미국의 경제에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의사록은 미국 경제가 직면한 위험 가운데 하나는 최근의 기업 자본형성, 제조업, 수출활동 둔화세가 기업 고용 결정으로 확산되고, 이것이 가계 소득과 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위원들이 우려했다고 전했다.
일부 위원들은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최근 수개월간의 연준 경제 예측모델에 주목하기도 했다. 시장의 추가 금리인하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상당수 위원들은 최근 시장과 연준 간에 의사소통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연준보다 앞서 나가는 시장의 금리인하 예상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FOMC 성명이 연준의 의사를 지금보다 더 선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준은 늘 경제지표와 주변여건에 따라 금리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최근 들어 시장의 금리전망은 혼선을 겪어왔다. 지난달 금리인하 뒤 추가 인하 전망이 압도적이었지만 곧바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시장 예상이 뒤바뀌었다가 이달 들어 경제지표 악화로 시장은 다시 추가 인하로 기울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말까지 적어도 2차례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베스코의 노엘 코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경제지표들과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이달말 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다음 회의인 12월 10-11일에 또 한 번 0.25%포인트 금리인하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