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폐해, 오리신드롬 ‘완벽해야 한다’ 강박증
“명문대에만 진학하면 된다”고 앞만 향해 달려오던 영재 학생들이 그토록 바라던 꿈의 캠퍼스에서 속속 삶을 자살로 마감하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아이비리그 캠퍼스에서 공개되지 않는 이러한 학생들의 자살 케이스는 상당수이다. 뉴욕타임즈(NYT)가 명문대 캠퍼스에서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학생들의 자살 현황을 조명하며 부모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NYT는 유펜의 캐서린 드윗씨 이야기로 먼저 기사를 시작했다.
캐서린 드윗씨는 고등학교 시절 3종 경기도 아닌 10종 경기인 육상의 디카슬릿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공부만 잘하는 공부벌레가 아닌 일명 ‘팔방미인’의 인재였다. 드윗씨는 학교를 대표해 주 전체의 ‘걸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8개의 AP 과목 시험을 통과했다. 더욱이 그 중에 한 과목은 수업을 포기하고 혼자서 공부했다. 스트레이트 A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드윗씨가 진학한 아이비리그의 유펜 캠퍼스 첫 2주 동안 그녀는 분주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쳐주는 봉사 클럽에 가입하고 드윗씨의 두 부모가 대학시절 스탠포드에서 가입했던 동일한 크리스천 그룹에도 가입했다. 문제는 고등학교때와는 차원이 현저히 다른 대학 친구들이었다.
모두들 자신보다 더 뛰어나 보이고 더 자신감이 넘쳐 보이고 더 멋진 삶을 일구고 있는 것 같아 괴로웠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에 친구들이 오늘 먹었다고 보여주며 올리는 음식들조차 자신이 먹는 음식보다 더 맛있어 보였다. 그러던 중 2014년 1월 17일 또다른 유펜 신입생인 매디슨 홀러랜씨가 주차장 옥상에서 투신해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드윗씨는 그녀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신입생 사이에서 홀러랜은 매력적이며 재능이 많아 회자되곤 했다. 드윗씨 자신도 여전히 친구들 앞에서는 웃으며 일상과 다름이 없이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유서를 준비하고 면도칼을 구입했다.
홀러랜씨는 13개월 동안에 유펜에서 자살한 6명의 학생들 중에 3번째 케이스이다. 홀러랜씨의 자살 이후 유펜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캠퍼스에서 학생들의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조직했다. 유펜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역시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코넬대의 경우 2009-10학년도에만 6명의 학생들이 자살했으며 뉴욕대학교는 2003-4학년도에 5명이 자살했다는 공식 통계가 나와있다. 전국적으로 15세에서 24세 연령대의 자살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07년 이래 그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연방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2007년도에는 해당 연령대의 자살률이 10만명당 9.6명이었으나 2013년도에는 11.1명으로 2명 가까이 증가했다. 유펜의 정신건강 센터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는 우울증과 불안이다.
유펜에서 학생들을 16년간 상담해온 미타 커머씨는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본 학생들은 심지어 B를 받아도 인생에서 실패한 것 같은 충격을 느낀다”며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실패를 모르고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때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소셜 미디어의 확산으로 '오리 신드롬(Duck Syndrome)'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오리 신드롬'은 심한 학업 스트레스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막대한 노력을 들이지만, 그런 모습을 남에게 숨기는 명문대생 모습을 오리에 빗댄 신조어이다. 친구들과 학업 이야기를 하는 것이나 성적 때문에 초조해하는 것이 '멋지지 못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이를 애써 감춘다는 것이다. 오리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물에 떠있는 것 같지만, 수면 아래에선 다리를 아등바등 젓고 있다는 것에서 생긴 단어이다.
유펜의 경우 학생들 사이에서는 '펜 페이스(Penn Face)'라는 말이 '오리 신드롬'과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감정을 숨긴 채 다른 이들에게 완벽한 얼굴을 보이고 싶어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심리상담가 라이언 토머스 니스씨는 "다른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업데이트한 '행복한 순간'의 사진을 보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은 삶의 기준을 갖게 되기 쉽다"며 소셜 미디어의 폐해를 경고하기도 했다.
봄꽃이 활짝 핀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