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파면하는 판결을 내렸다. 촛불세력들은 ‘민의의 승리’라며 환호성을 올린 대신, 태극기 파는 침통한 가운데 분을 참기 어려워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필자도 여러 번 호소한 대로 모든 국민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 현행 헌법 하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재심을 신청하거나 다른 국가 기관에 재심을 요청하는 아무런 길도 없다. 그렇다면 법치 민주 국가의 국민으로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승복하는 것 밖에 다른 아무런 대안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혹시나 폭력을 휘두른다면 이는 내란죄에 해당함으로 엄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학계나 정치계에서는 우리나라의 탄핵제도에 잘 못된 점이 없는지 재검토하고 다음 헌법 개정 때 시정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이번 박 대통령 탄핵에 있어서는 석연치 못한 점이 상당히 눈에 뜨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면책특권에 관한 헌법 규정을 적용하는 문제였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內亂) 또는 외환(外患)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과 헌법65조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와의 상호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국회가 탄핵 소추를 하려면 대통령 등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되어 있는 점이다. 이 규정을 명문 그대로 해석한다면 대통령 등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과거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법원이 대통령 등에 대한 법 위배 사실을 판결한 후가 아니면 국회에서 탄핵 소추 결의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3권 분립국가임으로 대통령 등이 범법행위를 했는지의 여부는 사법부인 법원의 확정판결이 없이는 결정할 수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를 보면 국회는 신문에 보도된 내용 등을 인용해서 탄핵소추 결의를 했다. 이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면 된다는 통설이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본래 3심제로 되어 있는 통상적인 소송절차를 밟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이번처럼 단시일 내에 유죄를 결정하고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헌법정신 위반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실지로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자연인으로써 다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되면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재판 결과 혹시 무죄 판결이 날 경우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이번에 헌재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사업체에 이득을 주어 직권남용죄를 범했다고 탄핵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법원 재판과정에서 대통령의 행위가 공익재단 장려를 위한 것이고 국가에 유익한 일이었다면서 무죄 판결이라도 내리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미 파면된 대통령직을 그 때 가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어이없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헌법의 명문대로 법원의 확정 판결을 기다려 탄핵소추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헌법재판소에서는 이 점을 들어 이번에도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원천무효라며 각하(却下)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둘째로 만약 위에서 말한 논리가 정당한 것이라면 헌법 84조의 면책특권 규정에도 걸리게 되어 어차피 원천적으로 탄핵 판결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왜냐 하면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는지를 법원이 먼저 판정해야 국회가 탄핵소추를 할 수 있는데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의 죄가 아닌 모든 죄, 예를 들면 직권남용이나 수뢰죄 등은 모두 면책되도록 되어 있다. 헌법상 면책되는 행위를 이유로 탄핵을 해서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말도 되지 않는 모순이 아니겠는가?
이런 점들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다음 개헌 때 더 정교하게 문구를 가다듬고 해석상의 이의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명확히 규정하여 앞으로는 더 합리적인 탄핵이 이루어지도록 바로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탄핵이 결정되었다고 해서 모든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진짜 결전은 이제부터이다. 이번 탄핵사태로 승리를 거둔 측에서는 ‘국민 단합’을 부르짖고 있다. 그들은 이번 탄핵이 국민의 절대 다수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촛불 집회 자체는 진정한 국민의 여론과 동떨어진 부분을 많이 내포하고 있었다. 실지로 이번 촛불 시위에서는 너무나 많은 불온(不穩) 구호들이 난무했다. ‘이석기를 석방하라’, ‘통진당을 살려라’는데 이어 최근에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1500만 촛불의 분노가 한. 미 동맹을 향할 것’이라는 것 까지 나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어떻게 보면 박 대통령의 탄핵보다도 훨씬 무서운 다음 목표가 드러난 것이다. 곧 있을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만약 안보관이 의심스러운 자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사드 문제로 국민을 선동하고 한. 미 동맹에 금이 가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인 것이다.
지금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전쟁도 불사할 태세이다. 특히 북한이 모든 국제 규약을 짓밟고 광란(狂亂)의 도발을 서슴지 않고 있는 사태에 대해 미국은 중국을 강력하게 질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드 한국 배치문제가 미국과 중국의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 내 종북 좌파세력에게는 이 사드 문제가 둘도 없는 한. 미 동맹 파괴의 뇌관(雷管)구실을 하고 있다. 만약 다음 한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에 난색을 보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도 불사하겠다고 나오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사드 문제를 다음 정권이 결정하도록 넘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음 정권 담당자로 가장 유력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절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이 번 대통령 보궐선거야 말로 대한민국의 안보와 생사를 가늠하는 대 결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