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셧다운 역대 최장기록...80만 공무원 급여 중단
지역경제도 악영향...국립공원 관리부실, 의료연구도 스톱
연방정부 셧다운이 12일로 역대 최장기간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곳곳에서 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의회 지도부 양측이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이번 셧다운은 지난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6년 1월, 21일 만에 종결된 역대 최장기 셧다운 사태와 13년 만에 동률을 이루고 있다.
이번 셧다운은 미국인들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20일을 넘기고 있는 사태로 인해 먼저는 80만 연방공무원들의 급여 지급이 중단되기 시작하며 미 전역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연방공무원들은 자신의 페이체크가 중단되기 시작해 모기지나 렌트비 납부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만 연방공무원들 가운데 연방수사국, 교통안전국, 법무부 등 42만 명은 '필수 직군'으로 분류돼 셧다운 이후에도 출근하고 있지만 월급은 받지 못했다.
15개 정부 부처 가운데 국무, 국토안보, 농림, 교통, 내부, 법무 등 9개 부처가 셧다운 영향을 받고 있다. 이중 38만명은 아예 강제 무급휴가를 명령받았다.
이에 따라 이날 백악관을 비롯해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 공무원들의 항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급여 총액은 1주에 14억달러이며, 한달에 4억 3800만달러의 모기지 또는 렌트비를 연체할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거리뿐 아니라 국립공원들도 직원이 적어 원활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 특히 위험 상황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셧다운 이후 최소 7명이 국립공원 사건고사고로 사망했다. CBS 뉴스에 따르면, ‘행정문제로 인해’ 급작스럽게 공원에서의 결혼식이 취소돼 피해를 본 커플도 있다.
또한 국립 과학 재단과 같은 정부 산하 실험실 과학자들이 일을 못 하게 되면서, 많은 실험실에도 그 영향에 미치고 있다. 국립 항암 약물 실험 치료 참가자의 배우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셧다운으로 치료가 지연될 것 같다며 "말 그대로 사느냐 죽느냐가 달렸다"고 호소했다.
국토안보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인 E-베리파이(E-verify)는 회사가 고용하려는 직원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신분인지 확인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셧다운으로 지난달 22일부터 해당 페이지가 작동하지 않는다.
관련 비즈니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워싱턴 DC에 있는 한 카페의 경우 5시간 영업에서 고작 50달러어치를 팔는 매출 급감을 경험하고 있다. DC 뿐만 아니라 연방공무원의 80%는 조지아주를 포함한 전국에 분산돼 근무하고 있어 셧다운 사태는 각주에 모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지 메이슨 대학은 “현재까지 연방셧다운이 지역경제에서 2.8%의 총생산 감소를 기록 하고 있다”며 “만일 1월말까지 사태가 끝나지 않으면 2월부터는 경제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을 셧다운 사태를 이유로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참석을 취소하면서 이날로 20일째로 접어든 연방정부 셧다운을 1월 말까지도 끌고갈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접경지대인 텍사스주 매캘런을 방문해 "민주당과 협상이 안 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왼쪽에서 둘째) 대통령이 멕시코 접경지대를 방문해 미 국경순찰대 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야기하고 있다.<사진=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