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래등 싸움'에 타격 예상
수출 의존국이 가장 취약...원자재 가격은 하락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6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를 강행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미국은 1차로 340억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며 나머지 160억달러어치 284개 품목에 대해서는 2주일 이내에 관세를 물릴 예정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관세부과가 발효되면 즉시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상황 및 국제 교역질서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단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농산품 및 자동차를 겨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IT, 로봇, 항공우주 등 첨단 제조업을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무디스 애널리틱스 분석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이번 조치로 내년말까지 일자리 14만 5000개가 사라질 수 있다. 또한 미국 국내 총생산(GDP)는 내년말까지 0.34%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블룸버그는 중국 역시 2019년 성장률이 0.2%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부과하는 중국산 1차 관세 품목 일부를 살펴보면 △차량=모터달린 사이클, 헬리콥터, 비행기 부품, 페리보트 및 크루즈 선박 △산업 기계=핵반응장치, 수력발전 터빈, 과일 혹은 농산물 분류 기계, 유리, 고무, 플래스틱 주형물 △의료장비=심장박동조율기, X레이장치, 마치 및 안과장비 △기타=반도체 장비 검사 장비, 지진계, LED램프, 라디오 장비, TV부품, 비디오, 육류 혹은 과일 상품 처리 기계, 프린터 부품 등이다. 중국이 부과하는 미국산 1차 관세 품목은 △육류=냉동소고기, 냉동치킨너겟, 냉동오리 △과일 및 채소=감자, 버섯, 사과, 체리, 아보카도 △유제품=냉동 고등어, 냉동 붉은 연어 △해산물=냉동오징어/랍스타, 문어 △담배=시가, 일반 흡연담배 △애완동물사료=개, 고양이 사료 통조림 △음료=위스키, 설탕 20%미만의 냉동 되지 않은 오렌지 주스 △차량=일부 승용차 및 소형 승용차 등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이전 조치보다 4배나 큰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을 예고함에 따라 글로벌 경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 속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 원자재 가격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1.2%, 브렌트유 가격은 0.4% 하락했으며 대두는 2.2%, 구리는 1,8% 하락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중간재 부품을 공급하는 아시아 주변국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작 전쟁 당사자인 중국보다 대만과 말레이시아, 한국 경제가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공급망에 단단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필딩 첸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이 10% 감소할 때마다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평균 1.1%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만, 말레이시아 보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한국이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대미, 대중 수출 비중은 36.7%이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입 규제 강화에 따라 한국처럼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큰 국가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국무역협회는 미중 무역전쟁의 확산으로 미국과 중국, EU간 관세율이 현재보다 10%포인트 상승하면 전 세계 무역량은 6%이상 줄어들고 한국 수출액도 6.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한국 업계가 입게 될 최대 피해 규모는 367억달러 수준이다. 현대 경제 연구원은 전기장비(109억 2000만 달러), 정보기술(56억 달러) 등 첨단 산업 분야와 석유화학(56억 달러) 분야에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한 가운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역시 지난달 27일 열린 제13차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 “무역전쟁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한국과 같이 수출 주도적인 경쟁체제를 갖춘 국가”라고 언급함에 따라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받는 충격이 공급망 내 국가들로 옮겨지게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통해 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여전히 남아있다. 크리슈나 메마니 오펜하이머펀드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결국 양측이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까지 정부는 소리를 크게 지르고 위협했을 뿐이지 아직 실제로 총을 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한 항만에서 수출용 선적이 진행되고 있다. 무역전쟁은 한국같은 수출 의존형 국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