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보기에는 자유진영은 또다시 북한의 술수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10중 8, 9이다.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것은 말 뿐이고, 벌써 과거 북한에 속았던 똑 같은 패턴으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지금 북한이 말하고 있는 것은 과거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 때도 판에 박은 대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하고, “북한이 핵을 꼭 가져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첫째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둘째로 체제 안전에 대한 보장이 선행된다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언약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수 없이 이 같은 북한의 언약을 믿고 모든 대북 압박을 풀어주었고, 막대한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받아 챙길 것을 다 챙기고는, 아니, 그 것을 챙기는 한 가운데서도 핵포기 언약을 어기고 몰래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 시대에 와서는 “북한이 확고하게 핵 포기 의사를 행동으로 표시하기 전 까지는 절대로 그들과 대화도 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정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북한과의 대화 중재를 거절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북한이 예전에 한 것과 똑 같이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면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말로만 비쳤을 뿐, 행동 표시라고는 얼굴에 잔뜩 미소를 지은 것뿐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잘 되어간다”면서 이들과 만날 의사가 있다고 나서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소리를 높여 부르짖고 싶다.
“김정은과 만나더라도 한 시간 이상은 필요도 없다. 그 한 시간 동안에 ‘선(先) 북핵 포기, 후(後)군사적 위협 해제’ 원칙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가?’만 물으면 된다. 만약 북한이 이 원칙에 동의한다면 대화를 속개하고, 그렇지 않고 자유진영에서 먼저 군사적 압박을 해제하고 체제 보장을 해 주는 것을 본 다음에야 핵을 포기하겠다고 고집하면 그 자리에서 대화를 중단하고 그들을 쫓아 보내라”고.
그래야만 시간을 질질 끌고 서로 밑도 끝도 없는 대화를 이어감으로써 북한이 원하는 첫째 목표, 즉 핵무기 대량생산을 위한 시간 벌기(buying time)가 우선 달성되는 상태를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까지는 북한이 챙겨 먹을 것은 다 챙겨 먹고, 마지막 단계에서 이쪽이 북한 핵 포기 상태를 현장 검증하기 위해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북한 입국을 요구하자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고 모든 합의를 헌 신짝처럼 파기해 온 것이 항례(恒例)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선 IAEA가 북한에 들어가 약속대로 핵을 완전히 폐기했는지 확인하고 난 다음에야 군사적 압박도 풀어주고 경제 원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싫으면 그들은 영영 지금의 국제적 무력 압박과 경제적 제재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이들에게 똑똑히 알려야 한다.
사실 이번의 대화 드라이브도 북한 측이 서둘러 말을 먼저 꺼낸 것이다. 가혹한 국제적 경제 압박 때문에 그들의 내부사정이 매우 심각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들의 표정이 여실히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에 대화를 내 걸고 나온 김정은이나 김여정, 김영철 등의 얼굴을 보면 과도할 정도로 미소를 짓고 있다. 마치 마음속의 공포를 억누르고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성사시키겠다는 필사적인 몸부림을 감추려는 가면의 웃음 같다.
유엔의 대 북한 경제 제재조치는 최근 들어 북한에 내부 붕괴의 우려까지 낳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북한의 경제 체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되어 있다. 주민들에 대한 배급제도는 붕괴된 지 오래이며 주민들은 수많은 장마당을 통해 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장마당도 중국과의 국경 밀거래가 그 밑바닥을 지탱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중국의 경제 제재 참여도가 높아감에 따라 거의 봉쇄되었다.
가장 가소(可笑)로운 것은 북한 군, 관 공무원들의 월급이 미화 1 달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모두 장마당을 비롯, 주민들이 상납하는 뇌물로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둘도 없는 가장 부패한 사회 구조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의 생존이 걸린 장마당이 흔들리자 그나마 겨우 유지되어 오던 비정상적인 사회 구조가 한꺼번에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김정은의 외환 보유고가 밑바닥을 치고 있다.
김정은의 외환 금고는 그의 통치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이다. 만약 그의 금고가 바닥나면 영도력 발휘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뿐 아니라 핵을 비롯한 군비 유지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김정은이 비상한 술책으로 대화 국면을 만들어 보려 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애당초 중대한 논리(論理)적 모순이 감추어져 있어 결국 불발(不發)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대한 논리의 모순이란 무엇인가?
그 것은 바로 그가 이번에 대화를 제창하면서 내세운 전제조건 속에 숨어 있다.
김정은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만 이루어진다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말 자체의 숨은 논리는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은 우리 잘 못 때문이 아니고 당신들 잘 못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인 것이다.
그들이 제네바 협정을 속임수 없이 그대로 지켰다면 그 이후에 생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체제 불안전’이 생겨났을 이유도 없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무조건 핵과 미사일을 먼저 포기하기만 하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불법 핵의 포기가 먼저라야지, 범인이 피해자부터 먼저 처벌하라고 덤비는 격이다.
다만 지금은 북한의 경우 잔인무도(殘忍無道)한 인권유린과 포악장치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더라도 주민들의 봉기로 체제가 불안정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런 뜻에서는 지금의 준 전시(戰時)상태가 오히려 김정은에게는 더 안전하다는 역설적 지적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래저래 김정은과의 ‘핵포기 담판’은 처음부터 허위와 논리 모순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또 한 번 속고 실패하고야 말 운명에 놓여 있다.
이런 일에 눈 감은 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직접 만나본들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또 속을 뿐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