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우등생들도 독해력 떨어져, 자기주도적 리딩 필수
통찰력,깊이,감각 있는 독해능력 없인 대입성공 어려워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가 나온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Phillips Exeter Academy)는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가장 높은 명문 고등학교로 유명하다. 도서관의 장서가 10만권 이상이라고 알려진 필립스 아카데미에서는 인문 고전을 원서로 읽고 우수한 서평을 작성한 학생 10명에게 월계관을 씌어주는 행사가 특별한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몇 해 전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베스트 셀러 작가 이지성씨의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화제가 되면서 청소년 독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애틀랜타 한인사회에도 학부모들의 자녀 독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민 생활의 특성상 생계에 바쁘다 보니 구체적으로 자녀들의 읽기 지도에 어떻게 나서야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독해 실력에서 우수 대학 진학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는 말이 정설일 정도로 리딩 실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리딩교육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한인 학부모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본인들이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하던 때를 생각하는 일부 한인 부모들은 SAT 리딩에서 고득점을 받으면 자신의 자녀가 높은 수준의 영어 독해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며 흐뭇해하곤 한다. 그러나 SAT시험은 실상 독해와 작문, 수학 모두 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학생들이 풀 수 있도록 설계된 낮은 수준의 시험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엄청난 수준의 리딩 과제를 감당하지 못해 대학을 중도 포기하는 한인 대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더욱이 조지아주를 포함, 전국 대다수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신규 교과과정 ‘커먼코어 스탠다드’에서는 비소설류 읽기를 대폭 권장하고 있다. 시와 소설 문학을 위주로 리딩을 한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학과 지식에 필수적인 고난도의 독해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대학 교수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신문 기사의 경우 논설문 형식의 논리적인 문체와 높은 수준의 어휘를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작문의 경우에도 에세이를 쓸 때 한인학생들은 문장 구조와 효과적인 전개에 취약하다. 보스톤 아카데미의 조덕성 박사는 “요즘 학생들은 트위터 등의 영향으로 단문 구조에만 익숙해져 중문과 복문 위주의 작문을 어려워하고 있다”며 읽기와 함께 효율적인 작문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스톤 아카데미의 경우 리딩케어닷컴(ReadingCare.com)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예일대, 하버드대 출신의 우수한 교사진들이 제공하는 'SAT 아티클 리딩'과 '쥬니어 아티클 리딩'이 호평을 받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심도 있는 독해력에 대해 강조하며 한인 학부모들에게 “초중학교 시기가 사실상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말했다. 8학년 이후부터는 독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독해가 중요하다고 해서 의미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무조건 많이 읽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다. 주제를 찾고 한 문단씩 요약해가는 액티브(Active) 리딩, 다른 말로 하면 자기주도적 리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인 학생들 뿐 아니라 인도, 중국계 등 아시안계 학생들은 우등생이라 할지라도 심도 있는 독해력이 떨어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리딩 스킬은 단기간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독서를 통해 심도 있는 독해력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
신문을 많이 읽으면 독해 실력이 향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