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한반도는 잠시 동안 ‘유포리아(euphoria:도취감)’에 빠져 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날 때 까지는 북한도 도발행위를 멈추고, 한. 미 동맹도 잠시 군사훈련을 멈추었다. 그러나 이 같은 평온상태가 결코 오래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선 당장 한. 미 군사훈련 재개문제가 초미(焦眉)의 급무로 부상하게 되어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미국과 남조선의 군부 호전광들이 올림픽 대회가 끝나자마자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대규모적인 합동 군사훈련을 개시한다면… 조선반도 정세는 또다시 엄중한 파국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평창 올림픽 기간 중의 북한과의 화해 무드를 계속 심화 발전하여 궁극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의 대화로까지 발전시켜갈 수 있기를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 대통령의 기대는 한.미 군사 훈련이 시작됨과 동시에 박살이 나고 만다.
만약 문 대통령이 여러가지 핑계를 대고 한.미 군사 훈련 재개를 꺼리게 되면 미국의 ‘역린(逆鱗:용의 턱 아래 비늘)’을 건드리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다.
미국은 오는 3월과 4월께를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레드 라인(red-line)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그 무렵이면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할 것으로 보고 그 이전에 군사 옵션을 단행하여 무력으로라도 북한 핵을 영원히 제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지어야 할 최후의 순간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한국 측이 미국 측의 발목을 잡으려 든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강경파들은 한. 미 군사동맹 폐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 내에도 그와 같은 극단론을 기피하는 온건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지금 모처럼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효험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굳이 군사 옵션을 취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손 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주전파들은 또다시 반론을 편다. 경제적 제재를 밀고 나가려 해도 “한국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번에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여한 이유부터가 이를 통해 한국을 경제적 제재 진영에서 이탈시키기 위한 술책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평창 올림픽 때문이라는 핑계로 북한에 대해 수많은 경제제재조치 해제를 단행했다. 만약 한국이 앞으로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북한과 대화 관계를 이어가면서 그 대가로 알게 모르게 북한에 여러 경제적 지원을 하게 되면 유엔이나 미국의 대 북한 경제제재 조치는 완전히 거들 날 것이 뻔하다. 만약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이라도 제의해 온다면 문재인 정권은 앞뒤 안 가리고 대열에서 이탈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지 않아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는 절대로 아무도 우리의 허락없이 전쟁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해 왔고, 이미 중국과도 이 문제에 관해 공동전선을 펴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사태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평창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한.미 동맹이 중대한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대한 변수(變數)가 한국 내에서 일어났다.
20대 젊은이들이 다른 생각을 갖기 시작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여론조사는 극히 미미한 응답률(3~5%) 때문에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에 대해 필자는 여러 번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여론조사상으로는 20~30대 젊은이들이 압도적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해 왔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도 20대(19~29)의 88.5%가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들은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1%의 지지 밖에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선제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모든 연대(年代)를 통틀은 조사에서는 “선제타격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가 60.7%인데 비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가 34.5%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대는 달랐다. “절대 안 된다”가 47.1%였지만 “검토할 수 있다”도 47.2%로 거의 동수가 나온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20대의 이 같은 반응의 배경에는 그들의 북한 혐오(嫌惡)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여자 아이스하키 팀을 남북 단일팀으로 만든 조치에 대해 큰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천안함 격침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보고 북한의 포악함을 생생히 경험했을 뿐 아니라, 자유 없는 노예와 같은 북한 주민들의 실정에 극도로 증오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많은 주요 간부들이 젊어서 좌익사상의 세례(洗禮)를 받고 일생 동안 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가 된다. 문 정권의 핵심세력들은 외국 사람들이 ‘살인적(murderous), 불량(rogue) 국가’라며 지탄하는 북한에 지금도 동질감을 느끼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가 않다.
이들은 그들이 앞으로 살아 갈 장래의 일에 대해 강렬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혹시나 북한 처럼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마침 KAL기 폭파범이었던 김현희 씨 스토리가 지난 7일자 뉴욕 타임스에 크게 실렸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꼭 30년전에 88 서울 올림픽을 파괴할 목적으로 KAL기를 폭파한 후 체포되었고, 독극물을 먹고 자살하려다 실패했다. 그는 지금 57세의 평범한 가정주부로써 두 자녀를 키우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가 지독한 북한 사상교육을 타파하고 자유인으로 변신한 것은 한국의 실정을 눈으로 본 이후였다고 한다. 당시 한국 정보당국은 김 씨를 새 옷으로 갈아입힌 후 차에 태우고 서울 거리를 구경시켰다. 시장이나 음식점에서 행복스럽게 웃으며 즐기는 시민들을 보고 김 씨는 “북한에서 가르쳐준 말이 모두 거짓이었구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자서전에 기술하고 있다.
우리의 20 대들도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깨닫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나라가 무너져 갈 위기를 보고 처참(悽慘)한 심정이지만 20대의 건재(健在)함을 발견하고 큰 기쁨과 희망을 느낀다. 앞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세력들이 여기에서도 굳건히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