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점막 자극하는 식습관이 원인
세균·짠 음식에 위 점막 손상… '위축성 위염' 되면 위험 6배
위염 환자 절반, 증상 못 느껴… 내시경 받아야 정확히 진단
위암은 국내에서 환자가 가장 많은 암 2위다.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1년에 약 3만 명의 위암 환자가 새롭게 생기는데, 이중 환자의 3분의 2인 약 2만 명이 남성이다. 다행히 의술이 발달해서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환자의 75%가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에 이른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김진조 교수의 도움말로 위암의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잘못된 식사습관‧유전‧흡연 등 영향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밟혀지지 않았다. 잘못된 식사습관과 유전적인 요인이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한다. 위암은 위 안쪽의 매끄럽고, 말랑말랑한 점막에 생기는 암이다. 위 점막 세포가 지속적으로 자극 받고 손상 돼 위 점막이 위축되거나(만성 위축성 위염), 위 점막 세포가 소장이나 대장의 점막 세포와 비슷한 모양으로 바뀌면서(장상피화생) 위암으로 진행한다. 짜고 매운 음식, 탄 음식, 훈제 음식, 뜨거운 음식을 즐기면 위 점막을 자극하게 된다.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싱겁게 먹은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4.5배나 높다. 질산염 화합물이 많은 가공된 햄이나 소시지 같은 음식도 위암 위험을 높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도 위험 요인 중 하나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자는 위축성 위염 등을 겪다가 일부가 위암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암 발생의 위험도를 2.8~6배로 증가시킨다. 또 위암 환자의 약 10%는 가족 중 2명 이상의 위암 환자가 있는 가족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외에 흡연, 만성위축성위염, 과거 위 수술 경험, 폭음, 스트레스 등도 위암 발병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된다. 흡연자는 위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2~3배 정도 높다.
자주 복통 나타나고 흑변 보면 위 검사 필요
위암을 늦게 발견하면 수술이 힘들어진다.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가 돼서 생존율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위암은 사망하는 환자가 많은 암 4위이기도 하다. 다행히 위암을 빨리 발견하면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이 약 75%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다. 암세포가 혈액이나 림프액을 타고 다른 장기로 전이돼서 더 이상 손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주요 증상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위암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고, 속 쓰림을 느낀다. 위암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체중이 감소하고 복통을 호소하면서 오심과 구토가 생긴다.
식욕도 떨어지고 윗배가 더부룩한 증상도 있다. 위암에 걸리면 음식을 삼키기 힘든 연하곤란과 위장관 출혈도 있을 수 있습니다. 위장관 출혈 때문에 검은 흑변을 보기도 합니다. 위궤양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데, 음식을 먹든 안 먹든 속이 불편해서 속을 달래는 일반 제산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없으면 위암을 의심하고 위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성위염이 있는데 증상이 심해지고, 많이 활동을 안 했는데도 기운이 없거나 피곤함을 느끼고, 명치 부위가 불편하거나 아파도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에 구명 몇 개만 뚫는 복강경‧로봇으로 수술
위암의 치료는 암이 진행된 상태에 따라 결정한다. 치료법은 크게 위를 절제하는 수술과 항암제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화학요법 등이 있다. 위암의 크기가 작은 조기위암의 경우 내시경으로 절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외에는 암의 상태에 따라 위 일부(약 70%) 또는 전체를 절제합니다. 최근 위암 수술은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한 방법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처럼 배를 많이 절개하지 않고 수술 도구를 넣을 수 있는 구멍 몇 개만 뚫고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이 일반화 됐다. 이 방법은 출혈, 통증,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의 일상생활 복귀를 앞당기는 장점이 있다.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진행성 위암은 바로 수술이 힘들어서 항암치료를 하며 경과를 관찰하며 치료 방향을 정한다.
위암도 다른 암처럼 치료 후에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조기 위암은 약 5%, 3기 이상 위암은 약 40% 이상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수술이 잘 끝나도 재발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 받는 것이 필요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김진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남녀 성인은 40세 이후부터는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1~2년에 한 번은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건강보험공단에서는 40세 이후부터 2년마다 위 내시경검진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으나 대한위암학회에서는 1년에 한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력이나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암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염이 위암으로 발전하는 과정
위염의 주요 원인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짠 음식 섭취가 꼽힌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 속으로 들어와 위 점막세포에 붙으면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면역세포인 호중구·림프구·대식세포 등이 모여든다. 면역세포는 헬리코박터균과 싸우는 과정에서 다량의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위 점막세포를 손상시킨다. 이런 작용이 반복되면 세포핵 속 DNA 돌연변이가 생겨 암이 생긴다. 짠 음식 속 나트륨 역시 위 점막세포를 손상시키므로, 오랫동안 많이 먹으면 위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이 발생한다. 위축성 위염이 계속되면 장상피화생과 위암으로 발전한다.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한석원 교수는 "음주·흡연과 아스피린·소염진통제 등의 약물도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염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만성 위염 단계별 증상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에 따르면 위염 진단을 받은 환자 중에 표재성 위염 환자(31.3%)가 가장 많았고, 위축성 위염(27.1%), 미란성 위염(23.7%), 장상피화생 위염(7.1%) 순으로 많았다.
▷표재성 위염과 미란성 위염=표재성 위염은 위 점막이 붓고 빨개져 있으며 염증세포가 점막 표면에만 있다. 미란성 위염은 염증 때문에 위가 패이고 출혈 등의 흔적이 있다. 둘 다 특별한 치료는 안 하지만, 속쓰림 등 증상이 심한 사람은 약물을 쓴다.
▷위축성 위염=위염이 반복되면 염증이 점막층 깊은 부위까지 침범한다. 이로 인해 소화액을 분비하는 위선이 파괴되고, 위 점막이 얇아져 모세혈관이 드러나 보인다. 처음에는 위의 아랫쪽에만 생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위 전체로 퍼진다. 위축성 위염의 진행 정도는 위에서 나오는 소화효소인 펩시노겐의 양을 통해 알 수 있다. 혈액 검사에서 펩시노겐 수치가 적을수록 위축성 위염 정도가 심한 것이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장상피화생 위염=위축성 위염이 더 진행되면 위 점막 세포가 아닌 소장이나 대장 점막 세포로 대체된다. 이를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이라고 하는데, 소화액을 분비하는 샘이 없어지고, 색깔도 회백색으로 바뀌며 작은 돌기가 생기기도 한다. 장상피화생은 위내시경으로 잘 안 보일 수 있어 색소내시경을 통해 점막이 색소를 흡수하는지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위 점막은 색소를 흡수하는 세포가 없으나 장 점막은 흡수하는 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장상피화생 위염이 있으면 정상 위 점막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증상만으론 위염이 심한지 여부를 알 수 없어
위염이 있는 사람이 모두 속쓰림, 복통, 불쾌감 소화불량 같은 증상을 느끼지는 않는다.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에 따르면 내시경 상 위염이 있는 사람은 85.9%였지만, 증상이 있는 사람은 51.9%에 불과했다. 한석원 교수는 "소화기 증상에 의존하지 말고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 위염같은 만성 위염이 생긴 사람은 매년 내시경 검사를 해서 혹시 생길지 모르는 위암을 초기에 잡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 위염의 원인이 되는 짠 음식과 술·담배는 당연히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