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터스튜디오 베이징 개관 등 중국시장 재정비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중국 출장길에 오른다. 정 부회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여파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점검하고 현대모터스튜디오 베이징점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3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31일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바닥을 찍고 점차 회복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한·중 관계 해빙 분위기에 맞춰 현지 분위기를 직접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의 9월 판매량은 8만5040대로 전달에 비해 60.4% 증가했다. 이는 전년동월대비로는 18.4% 감소한 수준이지만 올들어 월별 기준 최대 판매량이다.
재계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등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중국 전당대회 직전 양국 간 56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가 연장됐고, 한국과 중국 국방장관회담이 열리는 등 사드배치 이후 얼어붙은 한·중 관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 전열 재정비 나선 현대차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시장 회복세에 맞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중국통(通) 인력 전면 배치, 스타 디자이너 영입, 기술개발 등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신차 출시를 통해 판매량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중국 구이저우성에 1200㎡ 규모의 ‘현대차 빅데이터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가 들어선 구이안신구는 중국이 지난해 ‘빅데이터 산업 특화 국가급 신구’로 지정한 곳으로 애플, 알리바바, IBM 등의 데이터 센터가 있다.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최초로 입주했다.
현지 전략 차종 출시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이달 중국 전략형 신차 ‘올 뉴 루이나’를 출시, ‘중국 현지화 전략 2.0’을 본격 가동했다. 올해 7월 완공한 차세대 생산기지 ‘충칭공장’의 첫 작품으로 커넥티비티 콘셉트의 ‘중국 현지화 전략 2.0’이 처음 반영된 차다. 현대차는 현재 4종인 SUV 모델 수를 2020년까지 7종으로 늘리고 친환경차 제품군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통 인력도 전면에 배치했다. 현대차는 같은 달 현지 법인인 베이징현대차의 최고경영자격인 총경리에 담도굉 중국지원사업부장(부사장)을 임명했다. 화교인 담 부사장은 입사 이후 오랫동안 중국 업무를 맡아온 중국통으로 꼽힌다.
현지 맞춤형 차량 개발을 위해 스타 디자이너도 연이어 영입한 상태다. 최근 기아차는 30년 경력의 디자이너 올렉 손(Oleg Son)을 중국기술연구소 기아차 디자인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다음달 기아차에 합류하는 올렉 손 상무는 PSA그룹(푸조시트로엥그룹)에서 고급차 브랜드 ‘DS’ 시리즈와 중국 현지 모델 등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현대·기아차가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은 올 들어서만 세번째다. 지난 6월에는 사이먼 로스비(Simon Loasby)를 중국기술연구소 현대차 디자인 담당 상무로, 지난달에는 피에르 르클레어(Pierre Leclercq)를 기아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 개관
정 부회장은 이번 중국 출장 중 브랜드 체험관인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 개관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기획 단계부터 진두지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은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전초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은 798예술거리에 들어서 단순한 자동차 전시장이 아닌 예술과 문화를 결합한 문화 공간으로 탄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은 현대차의 다섯번째 모터스튜디오이며, 2015년 설립된 현대 모터스튜디오 러시아 모스크바에 이어 해외에서 두 번째다. 국내에는 서울 강남, 경기도 하남, 고양에 모터스튜디오가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은 당초 올초 개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드 배치로 인해 개관이 연기되다가 최근 사드 갈등 완화 기류가 형성되면서 개관 시점이 확정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11월 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을 개관할 예정”이라며 “정 부회장의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 체험관은 각 회사의 브랜드를 고급화하는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이미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와 같은 자동차 업체는 브랜드 체험관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체험관은 단순한 자동차 전시기획·판매를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현대차도 브랜드 체험관을 통해 중국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완공을 앞둔 충칭공장을 점검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현대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