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 제한지침 명문화...기업투자 장려항목도 제시
중국정부가 미국 등 세계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제한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이 자국 기업들에 해외투자지침을 지난 18일 전달했다. 이는 미국 외 해외 부동산과 호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를 자제하고 ‘일대일로’(육상 해상 실크로드) 투자를 확대하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날 중국 국무원은 ‘해외투자 방향에 관한 추가 지도 및 규범 지침 의견’을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인민은행, 상무부, 외교부 등에 통보했다.
지침은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대상을 '금지', '제한', '장려' 세 항목으로 구분했다. 금지 대상은 핵심 군사 기술, 카지노, 성매매 산업, 국가 안보에 반하는 분야다.
제한 분야는 해외 부동산, 호텔, 영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분야로서 이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비이성적인 해외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목한 산업 분야다. 또한 해외 펀드 및 투자 플랫폼, 노후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도 제한된다. 또 중국과 수교하지 않았거나 환경, 에너지, 안보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해외투자도 제한된다.
최근 수년간 중국 민간 대기업들은 글로벌 유명 기업과 미국 내 부동산, 호텔 등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부동산계의 큰손으로 통했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투자는 중국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허리우드 영화제작사(다롄완다), 뉴욕의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안방보험), 레저업체 클럽메드(포선그룹), 힐튼호텔(HNA그룹) 등은 중국 기업들이 주인이거나 지분에 참여한 유명 업체들이다.
이번 지침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중국 자본의 미국 내 부동산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국무원은 이들 ‘제한’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에 필요한 지침을 내려 “기업이 신중한 방법으로 경영할 수 있게 지도할 것”이며 “블랙리스트 시스템을 만들어 불법적인 투자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해외 부동산, 호텔,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의 투자 기업의 투자 재원을 조사하는 등 우회적으로 압박해 왔었으나, 이번에는 해외투자 지침을 명문화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번 발표에 앞서 중국 당국은 특히 미국 부동산, 호텔, 영화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다롄완다, 안방보험, 하이난항공(HNA) 등에 대한 금융 조사를 실시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였다. 뉴욕 맨하튼의 월도프 아에스토리아 호텔을 인수해 이름을 알린 안방보험은 우샤오후이 회장이 구속되는 등 중국 정부의 직접 타깃이 되고 있다. 이 기업은 한국에서도 동양생명, 알리안츠생명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관련 해외투자는 적극 장려된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뜻하는 말이다.
장려 항목은 정부가 중점 육성하는 중국의 기술 표준을 끌어올리는 첨단 기술, 연구 개발 분야, 에너지 자원 탐사 및 개발, 농업과 어업에 대한 해외 투자 등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조치는 시진핑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부채를 축소해 금융 시장에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취지"라고 전했다. 베이징의 연구조사업체 트리비움의 앤드류 폴크 대표는 “과거 사실상 지켜지던 정책이 이젠 법에 따른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말하고 “중국 정부가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희망하는 분야를 명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측은 “1980년대 말 일본 기업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산들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거나 금융 리스크를 지게 될 가능성을 중국 당국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는 중국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부채 규모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은 국영은행 등에서 대출 받아 해외 자산을 사들였고, 이 때문에 기업 빚이 늘고, 중국 부채 규모가 증가해 경제의 위험 요소로 지적됐다. IMF가 추산한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약 235%였고, 2020년에는 300%에 육박하게 될 전망이다.
중국 안방보험이 최근 매입했던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