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릿수 성장 예상...삼성 등 업체들, 설비 투자 늘려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출 증가...내년부터는 주춤할 듯
D램, 낸드 플래시(NAND Flash Memory) 등 메모리반도체의 변함없는 수요에 힘입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이 예상된다. 같은 기간 동안 낸드플래시는 35%, D램은 무려 55% 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IC인사이츠의 반도체 시장 전망치는 연초 5%, 3월 11%에서 이번에 한 차례 더 상향 수정됐다.
메모리반도체 호황은 시장규모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출 증가가 보다 큰 원인이다. 실제로 D램은 미세공전 전환과 낸드플래시 호황으로 투입되는 자원의 제한이 덧붙여져 공급이 늘어날 여력이 크지 않다.
반면에 낸드플래시는 워낙 시장의 수요가 강하다. 과거 50% 이상을 기록했던 비트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20%대로 낮아져 있어 안정적 메모리반도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D램은 642억달러로 2위인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MPU) 171억달러의 3배 이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공급량이 제한적이고 한 번 가격이 올라가면 전체 반도체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IC인사이츠는 “D램은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 시장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2013년과 2014년 32%, 34%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 기간 전 세계 반도체 성장률을 각각 3%, 4%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은 장비와 실리콘 웨이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6월 북미반도체 장비출하액이 22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4% 상승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리콘 웨이퍼의 경우 올해 2분기 29억7800만스퀘어인치를 기록해 전분기 4.2%, 전년 동기 대비 10.1% 면적이 늘었다.
한국 업체들도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의 초호황세의 혜택을 입고 입고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DS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 9조7400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으며, SK하이닉스도 3조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고무된 양사는 비슷한 시기 시스템 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시키는 한편 최근 연이어 반도체 개발 경력직 공고를 내며 인재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라 한국 기업의 설비투자(CAPEX) 규모도 크게 높아졌다. 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12조5200억원을 집행해 작년 한 해 규모 13조1500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SK하이닉스도 당초 7조원에서 2조6000억원을 더 늘려 1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결정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한편, 초호황을 맞은 반도체시장이 내년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최근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액수가 총 777억945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0.2%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으나 내년부터는 반도체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업체에 따르면, 내년은 올해보다 0.5% 감소한 774억4350만달러를 보이며, 내후년은 전년 대비 7.3%나 줄어든 718억1040억달러에 그친다.
가트너의 타카시 오가와 부대표는 “내년에도 반도체 설비투자는 전반적으로는 호조세를 이어가겠지만 주요 전자제품 생산업체들의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SK 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제품.
반도체 사업의 성장세는 올해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