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로 취임한지 꼭 6개월째가 된다. 그런데 미국이나 세계 각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낙제점 아래를 맴돌고 있다. 최근에 몬머스(Monmouth)대학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반드시 탄핵을 당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자가 41%나 되었다고 한다. 아직 과반수를 넘은 숫자는 아니니 괜찮지 않은가고 말할 수는 없다.
지난1973년 닉슨 대통령의 탄핵 때는 찬성 여론이 정점일 때에도 찬성자가 24%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닉슨은 의회의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자진 사임하고 말았다.
물론 지금은 의회 내의 사정이 많이 다르다. 아직은 여당인 공화당이 상. 하원을 장악하고 있고, 민주당도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아직은 민주당 자체가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장 탄핵을 당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신망은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이다. 6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임기 4년의 8분의 1이 벌써 지나가버린 셈이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선거공약 중에서 지금까지 이루어낸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는 미국내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온 세계의 웃음거리(laughing-stock)가 되고 있다는 평이다.
오죽하면 시사만화가인 팻 배글리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준비 안 된 인물”이라고 말하고 “이제껏 이렇게 엉터리 대통령은 처음 본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자랑하는 대로 ‘거래(去來)의 귀재(鬼才)’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것으로 끝이었다. 그로부터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도 아무런 깊이 있는 세계관을 엿볼 수 없다는 평들이다.
미국이 1차, 2차 세계대전에서 막대한 피를 흘려 세계의 평화를 확립하고, 한국전쟁, 월남전쟁, 이라크 전쟁에서 피를 흘린 것도 그의 눈으로 보면 ‘약지 못한 미련한 희생’으로 밖에 비치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최근의 대 북한 문제 처리에서 미국 사람들의 실망이 컸다. 최근의 ABC뉴스, 워싱턴포스트 공동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63%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대응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계속 중국이나 러시아에 밀려 북한문제 해결에 실패한다면 그는 바로 몰락의 길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북한문제에서 속 시원한 해결책을 찾아낸다면 그의 정치생명의 회복은 말 할 것도 없고 한국으로서도 가장 중대한 숙제가 한꺼번에 해결되는 셈이다.
아직 미국에는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아직 70여 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탄핵 정국의 반사이익으로 그 동안 80%를 넘는 높은 지지도를 누려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료 인선 잡음, 추경예산안을 에워싼 야당과의 협치 불능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 1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로는 74.6%로까지 하락했다.
이 번 지지율 하락에는 신고리 5.6호기 원전(原電) 공사의 갑작스런 중단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 조 원이 이미 투여된 신고리 원전 공사를 아무런 사전 검토나 전문적 토론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명령으로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앞으로 공사 속개 여부를 비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여론기관의 결정에 일임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자신은 “탈 원전 문제에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선거공약 때 말과 다르다. 사드에 대해 환경영향 조사를 구실로 그 배치를 무기 연장시켜 놓고는 “나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똑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탈 원전을 단행할 경우 한국의 유망한 미래 먹거리를 하루아침에 짓이겨 없앨 뿐 아니라 그것이 장차 한국의 에너지 수급에 치명타를 입힌다는 전문가들의 아우성이 귀에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어찌 북한이 듣고 크게 기뻐할 일만 골라서 하는가?
사드 배치를 무기연기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북한이오, 한국의 핵 능력을 말소하는 탈 원전 결정을 가장 소리내고 웃고 있는 것도 북한이다.
그 뿐이 아니다. ‘베를린 구상’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붕괴도,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북 제재를 위한 동맹간의 공조를 깨고 북한 측에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연달아 제안했다.
마치 북한정권에 대해 앞으로는 그 비 인도성과 범죄성을 결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대 북한 유화(宥和)자세는 그 동안 소리를 죽이고 있던 범 보수세력의 속을 뒤집어놓고야 말았다.
참는 것도 한도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세계관은 과연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과 소송중에 있다.
고 이사장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부산)부림사건은 민주화운동이 아닌 공산주의운동이며 이 사건을 변호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이사장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1심에서 작년 9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물론 모든 소송이 끝날 때 까지는 사실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스스로에 던져지는 여러 의혹을 명확히 해명할 의무를 국민에게 지고 있다. 예를 들면 그의 자서전 ‘운명’에서 월남 공산화를 ‘진리의 승리’이며 희열을 느꼈다고 말한 부분은 후보 토론 때도 해명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그의 세계관을 명확히 밝힐 의무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