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대한민국의 안보는 완전 실종(失踪)상태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혹자는 이 말이 너무 심한 과장이 아닌가 하고 핀잔을 놓을지 모른다. 더구나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히 열고 북한을 향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할 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이날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행위를 저지른 데 대해 각 부처에 엄중한 대응을 지시하고 “국가안보와 국민안위에 대해선 한 발짝도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유엔 안보리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우리는 솔직히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말을 듣고도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정도의 말이라면 중국도 북한의 도발행위가 있을 때마다 상투적으로 내 뱉어 온 말들이다. 그러고서도 중국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바로 다음 날 북한과의 경제 거래를 조금도 줄이지 않고 계속해 오지 않았는가?
필자가 대한민국의 안보가 실종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이유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끄는 청와대는 “사드는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고 단정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한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면서 “사드가 지금 당장 정말 시급하게 설치돼야 할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뿐이 아니다. “법률상 환경영향평가가 필수적인데 괌의 사드 부대 환경영향평가는 23개월 정도 걸렸다”며 앞으로 상당기간은 사드 추가 배치를 보류할 의향을 밝히고 있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발언이다. 이 자는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경쟁을 왜 벌였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만약 이 자가 말하는 것처럼 상대방이 핵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대로 놔두면 세월이 지남에 따라 아무 걱정할 것이 없는 것이라면, 소련은 왜 나라가 파산할 지경을 무릅쓰고 미국과 핵 경쟁에 나섰겠는가?
만약 적성국가가 핵을 보유한다면 이쪽에서도 핵무장이나 대응책을 서둘러 ‘죽음의 균형’을 유지하지 않는 한 무조건 항복의 길이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도 이미 때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렇게 된 책임은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 때문이었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탄)개발에 성공하여 미 본토에 핵 위협을 가할 수 있기 전 까지는 북한 핵 장난을 무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지금 미국 행정부의 일각에서는 대북 대화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하되 협상의 길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덩달아 문재인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의 길을 터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견 그럴듯한 발상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중대한 안보상의 후퇴를 감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그 전제조건으로 북한이 먼저 핵 전면 포기를 선약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측의 움직일 수 없는 대원칙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우선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전면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 같은 양보는 당연히 다음 단계의 더 심각한 양보를 유발한다. 즉 북한이 지금 보유하고 있는 핵을 그대로 동결하고 그 이상 더 늘리지만 않는다면 그대로 대타협을 하고 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렇게 되더라도 미국은 안전할지 모른다. 수십 발 정도의 북한 핵무기라면 미국은 지금 가지고 있는 방어수단 만으로도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한국은 북한의 일방적인 핵무기 위협 아래 결국은 무조건 항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에 미국 TV의 FOX뉴스를 들어보니 여성 앵커가 “한국 사람들은 왜 사드에 반대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사드는 그들을 지켜주겠다는 것이 아닌가?”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성주(星州) 현지에서 주민들이 반대 데모를 하는 것을 보면 모두 “결사반대”라는 어깨띠를 차고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참으로 심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또 일부 식자층 중에서는 “성주의 사드는 남한 주둔 미군 방어용이지 수도 서울을 카버하지 않는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큰 착오이다. 만약 한국 사람들이 끝내 사드의 국내 배치를 반대하게 되면 트럼프 정부는 주한미군의 희생가능성을 핑계로 철수를 충동적으로 결정할지도 모른다.
트럼프 뿐 아니라 미국의 의원들 중에서도 “한국이 반대하면 그 돈(사드 한국배치 비용)을 다른 데로 전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은 당연히 한 미 동맹의 파기(破棄)를 불사하겠다는 뜻을 깔고 있다. 결국 한국이 한 미 동맹을 유지하고 주한미군을 그 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사드의 한국 배치를 용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보면 지금 문재인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사드 배치 지연작전은 사실은 한 미 동맹의 존속을 겨눈 최고도로 위험한 불장난인 것이다.
도대체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사드 배치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자체가 어린이도 웃을 어리석은 변명이다.
만약 지금 북한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어 전단(戰端)이 벌어진다고 치자. 당장 적의 미사일이 날아오게 된다.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았으니 기다려 달라고 할 것인가? 또 만약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았으니 (이미 배치된 사드도) 발사할 수 없다”고 지휘관이 발사를 거부한다면 그런 지휘관은 현장에서 즉결(卽決)처형 당해도 마땅할 것이다.
이것은 결코 가상(假想)이 아니다.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있는 한 어느 한 순간에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 같은 한반도 위기상황을 비용 흥정의 입장에서만 보는 우(愚)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지역에 진정한 평화가 자리 잡고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가 자취를 감추도록 사태를 이끌어가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국익에 크나 큰 도움이 된다는 대국(大局)적 견지를 잃지 말 것을 거듭 충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