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보스턴 시장 유력주자 모두 대만계
한인 하원의원도 사상 최다로 늘어
미국에서 연일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터지고 있지만, 아시아계의 정치 참여 열기와 정치권에서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 최대 도시 뉴욕과 하버드대·MIT 등 명문대가 몰려있는 보스턴에선 올 9월 시장 선거를 앞두고 처음으로 아시아계 후보가 1위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뉴욕에선 벤처 사업가이자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출신인 대만계 앤드루 양(46)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보스턴에선 변호사이자 시의회 의장을 지낸 대만계 미셸 우(36·여)가 유력 주자다. 두 사람 다 아시아계 뿐만 아니라 백인 엘리트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연방 하원선거에서 앤디 김(38·뉴저지) 1명뿐이었던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이 총 4명으로 늘어났다. 역대 최다이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에도 아시아계로선 처음으로 필리핀계 로버트 본타(48) 주의원이 지명됐다.
지난 3월 한국계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태를 겪으면서도 아시아계의 정치 파워가 확인됐다. 당시 아시아계가 미 전역에서 증오 범죄 규탄집회를 열면서 꿈틀대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현장을 찾았다. 또 주지사와 연방의원들이 잇따라 각지의 추모집회에 참석해 아시아계 지지 성명을 냈다.
아시아계는 다 합쳐야 미 유권자 중 5%(1100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20%대에 머물던 아시아계 투표율이 지난해 대선에서 처음으로 40%를 넘으며 유색인종 중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조지아주에서는 아시안의 몰표로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등 캐스팅보트를 쥐기도 했다. 아시아계는 경제·문화적으론 보수 성향이지만 소수 인종에 문호가 넓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등 특정 정당 쏠림 현상이 별로 없는 부동층(swing voters)이라 어느 정당도 무시하기 힘들다고 한다. 최근 백악관부터 각 주 정치권에도 아시아계와 소통하기 위한 위원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정치 관심이 낮았던 아시안 이민 1세에서 2세 세대(30~40대)로 넘어오면서 미국 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높아졌고, 일상적으로 겪는 인종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코로나로 촉발된 아시아 증오 범죄에 분노하면서 아시아계가 더 정치적으로 나설 필요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정시행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