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정신질환이 원인"...종신형 가능성 높아
미국 콜로라도 소재 식료품점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용의자는 21세 시리아 출신 이민자로 확인됐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카운티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직후 주요 용의자 아흐마드 알리사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트위터 캡쳐
23일(현지 시각) AP 통신에 따르면, 콜로라도주 볼더 카운티 경찰은 이번 총격사건의 용의자가 21세 시리아계 남성 아흐마드 알 알리위 알리사라고 밝혔다. 해당 용의자는 전날인 22일 콜로라도주 볼더에 위치한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총기를 난사해 에릭 탤리(51)경관 등 10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알리사는 사건 직후 경찰에 체포됐고, 현재는 볼더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경찰은 그를 10건의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경찰이 브리핑에서 알리사의 일행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알리사의 단독 범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범행 일주일 전부터 사전준비를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알리사는 현장에서 탄창을 갈아낄 수 있는 ‘전술조끼’를 입고, AR-15 반자동 소총과 권총 등을 사용했다. 그의 가족 중 한명은 이틀 전 알리사가 기관총 같이 생긴 것을 가지고 장난하는 것을 봤다고 경찰에 말했다. 또한 경찰이 그의 집을 수색한 결과 여러가지 다른 무기도 발견됐는데, 알리사는 범행에 앞서 지난 16일 루거 AR-556 반자동 권총을 구매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CNN과 데일리비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알리사는 이전부터 이슬람 혐오자들과 인종차별 등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 왔다. 그는 2019년 7월 페이스북에 "만약 인종차별적인 이슬람 혐오자들이 내 전화기를 해킹하는 것을 멈추고 내가 평범한 삶을 살게 해준다면"이라고 썼다.
1999년 시리아에서 태어난 알리사는 2002년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반 이슬람 정서가 강해졌는데, 무슬림이었던 알리사는 이같은 사회 환경에 반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알리사의 형(34)은 고등학교 때부터 알리사의 정신질환이 심각해졌다며 "고등학교에서 친구들이 알리사의 이름, 무슬림이라는 점 등을 놀렸고, 그게 아마 반사회적 성향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알리사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살펴보면, 이슬람 혐오자들에 대한 반감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백인 우월주의자가 이슬람 사원에 총격을 했을 땐 "사원 안의 무슬림은 단순히 한 명의 희생자가 아니다. 전체 이슬람 혐오 산업의 희생자였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같은 해 3월에 그는 자신이 다녔던 고교가 "내 전화기를 해킹하고 있다"며 "전화 관련 프라이버시 관련 법률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페북 친구들이 학교가 어떻게 휴대폰을 해킹할 수 있냐고 댓글을 달자 "인종차별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누군가 나에 관해 거짓 소문을 퍼트렸을 수 있다"고 답하며 편집증적 증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알리사가 이슬람 혐오에 대해 반감을 가지긴 했지만, 그 외 다른 입장은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글도 여러차례 올렸고, 미국 보수 입장과 마찬가지로 동성 결혼이나 낙태에도 반대했다. 또한 본인이 이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도 공유했다.
아직 공식적인 범행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가족들은 알리사의 범행 동기에 대해 "정치적 이유보다는 정신질환이 원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교 시절 왕따를 당했던 경험으로 반사회적 성향을 갖게 됐고, 피해망상증이 생겼다는 것.
알리사의 형은 "알리사는 항상 자신이 쫓기고 있고, 남이 자신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리사는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쫓고 있다고 두려워했다"며 "우리는 항상 아무도 없다, 괜찮다고 달래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알리사는 과거 폭력적인 성향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시절인 2017년 그는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언사를 했다는 이유로 동급생을 폭행해 3급 폭행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 법정에서 1년 보호관찰과 48시간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알리사는 고교 시절 레슬링부에서 활동했는데, 같이 활동했던 한 동창생은 인터뷰에서 "(알리사는) 좀 무서워서 어울리기 어려웠다"며 "게임에 지면 방에서 소리를 지르며 모두를 다 죽일 것처럼 행동했다"고 회고했다.
알리사는 법정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콜로라도주는 지난해 사형을 폐지했기에 사형 바로 아래 단계의 형벌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