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규제 당국이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과 관련해 독점행위 조사에 나선다. 작년 8월 세계적 게임 제작 업체 에픽게임즈가 쏘아 올린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독점’ 논란이 미국을 휩쓸고 유럽, 영국에까지 상륙한 모양새다.
세계적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조사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 정책에 맞서는 것을 상징하는 문구. SNS상에서 #FreeFortnite 로 공유되고 있다. / 에픽게임즈 홈페이지
4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경쟁관리당국(CMA)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에 애플 자체 앱 마켓인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한 애플의 정책의 위법 여부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애플과 구글의 앱 마켓인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의 독점 행위 논란은 작년 8월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 에픽게임즈가 인앱결제(앱 안에서 결제할 때, 구글과 애플의 자체 앱마켓을 통해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정책)를 거부하고 자체 직접 결제 기능을 도입해 기존보다 20%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게 하자, 애플과 구글은 즉각 포트나이트를 자체 앱 마켓에서 삭제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애플을 제소했다.
에픽게임즈의 문제제기 내용은 이렇다. 애플은 애플 기기에 어플을 다운받을 때 애플 자체 앱 마켓인 ‘앱스토어’만 허용하는 정책을 편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자체 게임 유통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를 키우기 위해 에픽게임스 스토어 등 타사 앱마켓들의 진입을 막아 독점시장을 조성했다며 비판했다. 인앱결제에 부과되는 3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도 문제로 꼽았다.
앞서 2주 전인 2월 17일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경쟁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다며 유럽위원회(EC)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창업자이자 대표는 "여기에 걸려있는 건 모바일 플랫폼의 미래"라고 평가하며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앱을 설치할 권리가 있으며,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는 공정한 시장에서 경쟁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CMA는 이번 애플에 대한 독점행위 조사와 관련 성명에서 "영국에서 애플 기기에 앱을 배포할 때 애플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 여부를 조사하려는 것"이라며 "애플이 앱스토어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이거나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하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경쟁관리당국(CMA)의 안드레아 코셀리 국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 "매일 날씨를 확인하고, 게임을 하고, 배달 주문을 하기 위해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수백만명에 달한다"며 "애플이 시장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하게 경쟁과 선택을 제한했다면 결국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므로, 이러한 불만은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애리조나 하원은 이달 3일 앱 개발사가 인앱결제 대신 다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 ‘HB2005’를 31대 29의 표결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작년 에픽게임즈 논란 이후 애리조나 주 의회에 입법됐다. 법안이 시행되려면 상원 투표를 통과하고 애리조나 주지사가 서명해야 한다.